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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짜다 못해 쓴 바닷물을 삼킬 때마다
내 몸도 검은 파도를 한 모금씩 삼킵니다.
옛 기억이 남아있는 수평선으로 무거운 한 걸음 옮기면
기억은 수평선 너머 두 걸음 등을 보입니다.
헤아리던 걸음이 기억나지 않을 때
시끄럽던 파도가 가볍게 일렁이고
바다 거품이 조용히 머리 위로 오르면
가슴을 죄어오는 숨 막힘도 엄마의 자궁처럼 편안해지길 바랍니다.
캄캄한 이곳 어딘가에도 아름다운 물고기 하나쯤은 살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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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헐겁게 조르는 사슬이 도무지 끊어질 줄 모르고 걸려있는 것이.
작은 이슬이 스며들 때마다 녹슨 뼈는 붉게 부풀어 오른다
예전이야 어쨌거나 지금,
‘삐걱 삐거억’
스스로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주제에 잠꼬대 같은 이야기를 속삭인다.
‘뭐라구? 나는 좀 바쁘거든. 네 이야기 따위 들어줄 여유가 없어.’
갑자기 바빠진 걸음을 재촉하자
‘삐걱 삐걱’
다시 들릴 듯 말듯 한 울림을 보낸다
‘하지만 너는 보기 흉한 붉은 상처가 덕지덕지 붙어있는걸’
바닥에 늘어뜨린 힘없는 몸 위로 쇠사슬의 붉은 녹이 조금 더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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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정갈하게 단추를 잠그고 자신감 가득한 왼손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하지.
그러곤 조명아래 얼굴이라도 내밀려고 버둥거리다 면접관이 지나가면
‘나를 가져주세요. 나는 나긋나긋해. 속옷으로 입어도 좋아요. 나를 가져주세요. 먼지더미에 던져둬도 불평하나 없을 거예요.’
머리를 조아리며 구걸하던 새내기가 값싸게 팔려가는 거야.

그런 지루한 표정 짓지 마. 당신네들이 잠깐 스쳐보며 팔짱을 끼고 쭈글쭈글한 얼굴을 할 때마다 죄라도 지은 기분이 든단 말야. 이래뵈도 작년엔 메인 윈도우에 전시될 뻔한 몸인데 자존심 상하게 ‘입어보고 마음에 들면’이 말이나 되니?
이봐, 난 대형 백화점에 전시될 거야. 여기 영어로 적힌 상표 보이지? 일류 브렌드란 이런거야. 저기 영어도 안 되는 지방 상표들과는 차원이 달라.

이제야 나를 옮겨주는 거야? 대형 백화점의 화려한 조명아래 놓이면 모두들 나를 부러워할 거야.
아, 너희들도 그렇게 안달할 것 없어. 내 뒤만 잘 따라오면 성공할 테니까.
그런데 마네킹은 어디에 있는 거야? 이렇게 두면 내가 잘 안 보이잖아. 위에 적힌 건 또 뭐야, 재 고 상 품 특 가 판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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