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세요

켈리가 먼저 깼다.
5시 반이었다. 그 시각에 깨는 것은 열두 해 동안 몸에 든 것이라 고쳐지지 않았다. 바깥은 아직 어두웠고 비는 밤사이에 그쳐 있었다. 땅이 젖어 있었으나 공기가 달랐다. 사흘 만에 처음으로 숨을 쉴 때 물이 들어오지 않았다.
켈리가 일어나 앉았다. 앉는 데 시간이 걸렸다. 등을 쓰면 맞은 자리가 당겼고 옆구리를 쓰면 다른 자리가 당겼으므로 허벅지에 손을 짚고 일어나야 했는데 허벅지도 아팠다. 어디를 짚어도 아픈 몸으로 일어나는 방법은 그냥 참는 것이다. 켈리는 그것을 알았다.
어제저녁에 바르트가 등을 보았다. 외투를 벗기고 내의를 걷어 올렸고, 올린 다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쇠몽둥이 자리가 손바닥 두 개만 하게 검붉었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경우는 둘 중 하나였다. 괜찮거나, 말해 봐야 소용이 없거나.
"…뼈는 안 갔어."
"예."
"안 간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
"예."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 안 하지."
"…"
"그럴 줄 알았어."
그가 쑥 비슷한 풀을 짓이겨 천에 발라 등에 댔다. 바르트는 약사가 아니었고 그 풀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몰랐다. 다만 카르소의 대장간에서 열넷에 일할 때 화상을 입으면 늙은 대장장이가 그 풀을 썼고, 그때 덜 아팠던 기억이 있었다. 그것이 풀 때문인지 아닌지는 지금도 모른다.
아침에 그 천이 말라서 떨어져 있었다. 켈리가 그것을 주워 접어 두었다. 버리지 않았다.
해가 뜨고 나서 아래쪽 물가가 보였다. 줄은 아직 거기 있었다. 움직이는 기척이 없었다. 밤에 늦게 닿았으므로 늦게 떠나는 것이고, 늦게 떠나면 오늘은 다음 물까지 못 간다. 그런 식으로 하루가 밀리면 다음 날은 더 밀린다. 길 위의 셈은 틀리는 법이 없다.
"…올라오는데요."
니카가 말했다.
비탈 아래쪽에서 사람이 올라오고 있었다. 셋이었다. 앞의 하나가 다리를 절었고 왼쪽 어깨가 디딜 때마다 떨어졌다. 뒤의 둘 중 하나가 아이를 업고 있었다. 바르트가 일어섰다. 일어서면서 배낭 쪽으로 손이 갔는데 배낭 안에는 어제 깨진 유리와 젖은 화약밖에 없었다.
"…뭐야 또."
"오는 겁니다."
"그건 아는데."
"올라오는 데 반 시간 걸렸을 겁니다. 저 비탈을."
오벨이 그렇게 말했다. 그는 그 말을 어떤 뜻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다리를 저는 사람이 젖은 비탈을 올라오는 데 드는 시간을 셈했을 뿐이고, 셈하고 나서 그 셈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았으며, 알고 나서는 입을 다물었다.
셋이 평평한 자리까지 올라와 멈췄다. 숨을 고르는 데 잠깐 걸렸다. 다리를 저는 남자가 먼저 숨을 골랐다. 그가 들고 있는 것이 보따리였다. 거친 천으로 묶은 것이고 묶은 매듭이 둘이었으며 크기가 작지 않았다.
그가 그것을 땅에 내려놓았다.
"…이거요."
"…"
"받으시오."
다섯이 그 보따리를 보았다. 켈리가 한 걸음 물러섰다. 물러선 것은 의식한 동작이 아니었다. 모르는 것이 앞에 놓이면 몸이 먼저 간격을 잡는다. 그것도 열두 해 동안 든 것이었다.
"…저게 뭡니까."
니카가 물었다.
"옷이오."
"옷이요?"
"옷이오."
남자가 그 말을 두 번 했다. 두 번 한 이유는 상대가 못 알아들어서가 아니라 그 자신도 설명할 말을 찾지 못해서였다. 오벨이 앞으로 나왔다. 그는 이런 자리에서 앞으로 나오는 사람이었다. 스무 해 동안 주고받는 일에 끼어 서 있었으므로 주고받는 자리에서 어디에 서야 하는지를 몸이 알았다.
"…저희는 삯을 청구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있소."
"청구하지 않은 것은 청구할 상대가 없어서였습니다."
"그것도 알고 있소."
"그럼 이건 무엇입니까."
"값이오."
오벨이 그 말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값이라는 말을 스무 해 동안 썼다. 법률로 먹고사는 사람이 하는 일의 절반이 값을 정하는 일이다. 깨진 것을 돈으로 바꾸고 못 지킨 약속을 숫자로 바꾼다. 값은 두 가지 방식으로 정해진다. 한쪽이 정해서 통보하거나 양쪽이 만나서 깎는 것이다. 통보는 관청이 하고 깎는 것은 시장이 한다. 그 둘 말고 다른 방식이 있다는 말을 그는 들은 적이 없었다.
"…누가 정했습니까."
"우리가 정했소."
"우리라면."
"저 아래 있는 사람들이오."
남자가 비탈 아래를 가리켰다. 물가에 사람들이 있었고 그중 몇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어젯밤에 정했소. 오래 걸렸소."
"…"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주기로 했소. 줄 게 없으니까. 그러다가 하나가 신을 내놓겠다고 했고 그러니까 다른 하나가 그러면 나도 뭘 내놓겠다고 했소. 그렇게 돌았소."
그가 보따리를 한 번 보았다.
"열한 명이 냈소. 열한 명 중에 새것을 낸 사람은 없소."
그 말을 하고 나서 그는 조금 기다렸다. 기다린 것은 미안해서였고 미안한 이유는 새것이 없어서였다.
바르트가 보따리 앞에 쪼그려 앉았다. 매듭을 풀지 않고 손바닥으로 한 번 눌러 보았다.
"…무게가 좀 되는데."
"여덟 벌이오."
"여덟이요?"
"한 사람 앞에 하나씩은 안 되오. 겹쳐 입으라고 많이 넣었소."
매듭이 풀렸다. 안에 든 것은 짝이 맞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겉옷이 셋이었다. 하나는 짙은 녹색이고 소매 끝이 닳아 올이 나왔다. 하나는 흙빛인데 등 쪽에 다른 천으로 덧댄 자리가 손바닥만 했다. 하나는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 알 수 없었고 지금은 모든 색이 한 번씩 섞인 것처럼 보였다.
바지가 둘이었다. 하나는 무릎에 천을 덧댔고 하나는 허리가 컸다. 조끼가 하나 있었다. 양모였고 앞에 나무 단추가 셋인데 그중 하나가 색이 달랐다. 잃어버린 자리에 다른 것을 단 것이다. 목에 두르는 천이 하나, 신이 한 켤레 있었다. 신은 작았다.
"…이건 애 신인데요."
린이 말했다.
"그렇소."
"누가 냈어요?"
"신은 낸 사람이 하나요. 그 사람 아이 것이오."
"아이는요."
남자가 대답하지 않았다. 린이 더 묻지 않았다. 린은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았으나 더 묻지 않아야 하는 자리를 알았다. 실베인에서는 그것을 어릴 때 배운다. 늪에 사는 사람은 발밑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 자리를 밟지 않는 법을 먼저 배우고, 말에도 그런 자리가 있다는 것을 같이 배운다.
"…골라요."
아이를 업은 여자가 말했다.
"뭐요?"
"고르시라고요. 맞는 걸로."
켈리가 그 말을 들었다. 들어 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비슷한 것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벨류엔 마법청의 피복 지급은 분기마다 한 번이었고 방식은 정해져 있었다. 줄을 서고, 번호를 대고, 담당자가 표에서 치수를 찾고, 그 치수에 해당하는 묶음을 내준다. 묶음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받기 전에 알 수 없고 받고 나서 바꿀 수 없다. 맞지 않으면 맞지 않는 채로 입는다.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칸이 양식에 없었다.
켈리는 그것이 옷을 받는 방식이라고 알았다. 다른 방식이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고, 생각해 본 적이 없으므로 지금 앞에 놓인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뭘요."
"입을 거요."
"…"
"입어 보고 맞는 걸로 가져가요."
켈리가 보따리를 보았다. 보고 나서 넷을 보았다. 넷이 켈리를 보고 있었다. 켈리가 앞으로 가서 조끼를 집었다. 그것이 보따리 안에서 가장 작았다.
"…저 이거요."
"그거?"
"예."
"입어 봤소?"
"…안 입어 봐도 돼요."
"왜요."
"작아서요."
여자가 그 대답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지 못한 얼굴을 했고, 그 얼굴을 보고 켈리가 조끼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바르트가 켈리의 손에서 조끼를 가져갔다.
"야."
"…"
"작은 걸 왜 골라."
"…작은 게 나아서요."
"뭐가 나아."
"…많이 가져가면요."
"가져가면?"
"…나중에 받을 게 줄잖아요."
그 말에 그 자리가 조용해졌다. 다섯 중 셋이 그 말의 뜻을 알아듣는 데 잠깐 걸렸고, 하나는 바로 알아들었으며, 하나는 끝내 알아듣지 못했다. 바로 알아들은 사람은 오벨이었다. 끝내 알아듣지 못한 사람은 린이었는데 린이 알아듣지 못한 이유는 린이 자란 곳에서는 그런 셈을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벨류엔 마법청의 배급은 총량이 정해져 있었다. 한 부대에 할당된 양이 있고 그것을 인원으로 나눈다. 앞에서 많이 가져가면 뒤가 모자란다. 켈리는 언제나 뒤쪽이었고, 뒤쪽에서 열두 해를 보낸 사람은 앞쪽이 되었을 때도 뒤쪽의 셈을 한다. 많이 가져가는 것은 나중에 돌아온다. 돌아오는 방식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돌아온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여기는 총량이 없어."
바르트가 말했다.
"…예?"
"여기는 정해진 양이 없다고. 저 사람들이 자기들 걸 낸 거야. 네가 많이 가져간다고 다른 사람 몫이 줄지 않아."
"…"
"그리고 저게 여덟 벌이고 우리가 다섯이야. 다 가져가도 남아."
켈리가 그 말을 생각했다. 생각하는 동안 얼굴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은 켈리가 모르는 종류의 산수였다. 아는 산수는 하나였다. 나눌 것이 있고 사람이 있고 몫이 있다. 몫보다 많이 가져가면 누군가의 몫이 준다. 그 셈 말고 다른 셈이 있다는 것을 켈리는 지금 처음 들었고, 들었다고 해서 몸이 바로 따라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하나만 할게요."
"왜."
"…그게 편해서요."
바르트가 더 말하지 않았다. 말해도 오늘 안에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옷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오래 걸린 이유의 절반은 바르트였다. 보따리 안에 그에게 맞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겉옷 셋을 전부 대 보았는데 어깨에서 걸렸다. 가장 큰 흙빛 겉옷을 걸쳤을 때 소매가 팔꿈치 아래에서 끝났다.
"…"
"아저씨 그거 조끼 같은데요."
"닥쳐."
"진짜 조끼 같아요."
"조용히 해."
"팔이 다 나왔는데."
니카가 그 말을 하면서 웃다가 옆구리를 잡았다. 그도 어제 굴렀다.
바르트가 그 겉옷을 벗어 바닥에 놓았다. 놓으면서 손이 조금 늦었다.
"…난 됐어."
"입을 게 없으십니까."
"내 건 있어. 안 떨어졌어."
"떨어졌는데요."
"안 떨어졌다고."
오벨이 더 말하지 않았다. 바르트의 겉옷은 오른쪽 겨드랑이가 터져 있었고 그것이 두 달째였다.
니카는 목에 두르는 천을 가져갔다. 짙은 붉은색이었고 보따리 안에서 유일하게 색이 선명한 물건이었다.
"이거 저 주세요."
"그건 옷이 아닌데."
"압니다."
"목 시려요?"
"아니요."
"그럼 왜."
"이게 제일 멋있어서요."
그가 그것을 목에 둘렀다. 두르고 나서 한 바퀴 돌았다.
"어때요."
"…"
"아무도 말을 안 하네."
"…잘 어울립니다."
오벨이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은 거짓말이었는데 니카가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린은 신을 거절했다.
"저 안 신어요."
"발 시려울 텐데요."
"안 시려워요."
"겨울에는요?"
"겨울에도 안 신어요."
"왜요."
"땅을 못 들으니까요."
그 대답을 듣고 아이를 업은 여자가 린을 다시 보았다. 실베인 사람들이 맨발로 다니는 이유를 아는 로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그것을 가난이나 미개함으로 본다. 정령술은 땅에 손을 대고 쓰는 것이고, 손이 모자랄 때는 발로 쓴다. 가죽을 사이에 두면 아무것도 빌릴 수 없다. 린은 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설명하면 길어지고, 길어지면 상대가 믿지 않는다는 것을 린은 열 살에 이미 알았다.
오벨이 바지 하나를 가져갔다. 무릎에 천을 덧댄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맞소?"
"맞지 않습니다."
"그럼 다른 걸로."
"맞는 것을 찾으려고 받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그 말을 하고 바지를 접었다. 접는 방식이 서류를 접는 방식이었다. 모서리를 맞추고 한 번에 눌렀다. 켈리가 마지막이었다. 켈리에게 남은 것은 짙은 녹색 겉옷과 색을 알 수 없는 겉옷과 허리가 큰 바지였다. 짙은 녹색 쪽을 집었다. 집어서 어깨에 대 보았다. 소매가 손끝을 넘어갔다. 그것을 한 번 접으면 될 일이었는데 켈리는 접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크네."
바르트가 말했다.
"예."
"접어."
"…"
"소매를 접으라고."
켈리가 소매를 접었다. 접는 손이 서툴렀다. 벨류엔에서는 옷을 접을 일이 없었다. 맞지 않는 옷은 맞지 않는 채로 입는 것이고, 소매가 길면 긴 채로 둔다. 접으면 규정 위반이다. 피복 규정에 복장을 임의로 변형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있었고, 그 조항이 있는 이유는 검열할 때 눈으로 훑어 한 번에 다른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접어도 되는 옷이라는 것을 켈리는 아직 몸으로 알지 못했다.
갈아입으려면 벗어야 했다. 켈리가 갈색 외투를 벗었다. 그 아래에 회색 무명 내의가 있었다. 소매가 팔꿈치까지 오고 목깃이 둥글었다. 석 달 동안 그것만 입고 다녔으므로 겨드랑이 쪽이 삭아 있었고 물이 빠져서 원래의 회색보다 밝아져 있었다.
켈리가 그것의 아랫단을 잡았다. 잡고 나서 멈췄다.
"…뭐 해."
"…"
"안 벗어?"
"…"
"야."
켈리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이 벗을 수 있는 물건이라는 생각을 켈리는 해 본 적이 없었다. 로브는 옷이었다. 로브는 입는 것이고 벗는 것이고 개키는 것이고 검열받는 것이었다. 그 아래의 회색 내의는 옷이 아니었다. 그것은 몸에 딸린 것이었다. 여섯 살에 받았고 그 뒤로 치수가 바뀔 때마다 새것으로 바꿔 받았으며, 바꿔 받는 날에도 한 벌을 벗고 다른 한 벌을 입는 것이었으므로 그 사이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시간은 반 숨밖에 되지 않았다.
열두 해 동안 켈리의 몸과 회색 천 사이에는 한 번도 틈이 생긴 적이 없었다.
"…저쪽 가서 갈아입으시오."
다리를 저는 남자가 말했다.
"…"
"저기 바위 뒤에. 여기서 안 보이오."
켈리가 바위 뒤로 갔다. 바위 뒤는 좁았고 아래가 젖어 있었다. 켈리가 거기 서서 내의 아랫단을 다시 잡았다. 이번에는 올렸다. 올리는 동안 등의 맞은 자리가 당겼다. 팔을 들어 올리는 동작이 그 자리를 쓰는 동작이었다. 켈리가 숨을 한 번 멈췄다가 마저 올렸다.
벗었다. 벗은 것을 손에 들고 있었다. 들고 있는 동안 바람이 왔다. 사흘 만에 그친 비 뒤의 바람이라 차가웠고, 그 차가움이 등과 배와 어깨에 한꺼번에 닿았다.
켈리가 그 감각에 잠깐 멈춰 섰다. 그다음에 켈리가 한 일은 그 내의를 뒤집어 목깃 안쪽을 본 것이었다.
번호가 찍혀 있었다. 먹이었다. 지워지지 않는 먹이고 세탁장에서 쓰는 것이었다. 벨류엔 마법청의 세탁장은 한 번에 수백 벌을 삶았고 삶고 나면 전부 같은 색이 되었으므로 주인을 가릴 방법이 필요했다. 목깃 안쪽에 번호를 찍는 것은 그 방법이었다. 그 번호에는 명예가 없었다. 영광도 없었다. 세탁물을 돌려주기 위한 표시였고 그 용도로만 존재했다.
켈리의 번호가 거기 있었다. 협조문의 넷째 줄에 적혀 있던 것과 같은 숫자였다.
켈리가 그것을 한참 보았다. 보고 나서 손가락으로 그 위를 한 번 문질렀다.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켈리는 알았다. 알면서 문질렀다. 문지르는 동작은 규정에 없는 동작이고 교범에 없는 동작이며 누가 가르친 동작이 아니었다. 지워지지 않았다.
켈리가 짙은 녹색 겉옷을 입었다. 입고 나서 소매를 접었다. 아까보다 조금 나았다. 품이 컸다. 어깨선이 내려와 있었고 그 때문에 팔을 들면 천이 같이 올라왔다. 바지는 허리가 커서 끈으로 묶어야 했는데 끈이 없어서 그냥 접어 넣었다. 켈리가 바위 뒤에서 나왔다. 넷이 켈리를 보았다.
보는 눈이 넷 다 비슷했다. 웃음을 참는 눈이었다.
"…뭐요."
"…아니."
"왜 그렇게 봐요."
"…"
"왜요."
니카가 먼저 터졌다.
"…커요. 너무 커요."
"…"
"그거 누구 거예요? 아저씨 두 명 들어가겠는데요."
"…"
"어깨가 여기 있어야 되는데 여기 있잖아요."
켈리가 자기 어깨를 보았다. 어깨선이 팔뚝 중간쯤에 있었다. 바르트가 웃지 않았다. 웃지 않은 것은 참아서가 아니었다. 그가 보고 있던 것은 옷이 아니었다. 켈리가 손에 들고 있는 회색 뭉치였다.
"…그건 뭐 하려고."
"…"
"버려."
"…"
"야."
"…안 버릴래요."
켈리가 그것을 개기 시작했다. 개는 방식이 로브를 개는 방식이었다. 소매를 안으로 접고 아랫단을 둘로 접고 어깨선을 맞춘다. 그렇게 개면 목깃이 위로 온다. 목깃이 위로 오면 번호가 보인다. 그렇게 정해진 이유는 세탁장에서 번호를 보고 분류하기 편하라고였다. 켈리가 그것을 자루에 넣었다.
자루 안에 로브가 있었다. 그 옆에 넣었다. 둘이 나란히 놓였고 자루 입구를 묶었다.
다리를 저는 남자가 그것을 보고 있었다.
"…그건 안 버리시오?"
"예."
"왜요."
"…"
켈리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은 이유는 버리지 않는 이유를 몰라서였다. 입을 것이 아니었다. 팔 수 있는 물건도 아니었다. 벨류엔 지급품을 들고 다니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고 그것을 켈리도 알았다. 알면서도 굳이 버리지 않고 넣었다.
셋이 비탈을 내려갔다. 내려가는 데 올라온 것보다 더 걸렸다. 다리를 저는 사람이 젖은 비탈을 내려가는 것은 올라가는 것보다 어렵다. 일행이 그날 늦게 출발했다.
길에 나선 지 한 시간쯤 되었을 때 니카가 뒤를 한 번 보았다. 보고 나서 앞을 보았고 다시 뒤를 보았다.
"…뭐 합니까."
"아니 그냥."
"그냥이라니요."
"…우리 이제 안 걸리겠죠?"
오벨이 그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협조문이요. 첫 줄이 남색 로브잖아요. 이제 로브 입은 사람도 없고 회색 내의도 없고 옷 다 바뀌었는데요."
"…"
"안 걸리겠죠?"
"아니요."
"예?"
"더 걸립니다."
니카가 걸음을 멈췄다. 멈춘 자리가 길 가운데여서 뒤에 오던 바르트가 부딪칠 뻔했다.
"…왜요?"
"지금 저 사람을 한번 보십시오."
넷이 켈리를 보았다. 켈리는 앞에서 걷고 있었다. 짙은 녹색 겉옷의 어깨선이 팔뚝에 있었고 소매는 두 번 접혀 있었으며 바지는 허리를 접어 넣어서 앞쪽이 불룩했다. 옷 색과 바지 색이 맞지 않았고 그 위에 걸친 갈색 외투는 또 다른 색이었다. 그리고 손에 막대기를 들고 있었다.
"…이상한데요."
린이 말했다.
"이상합니다."
"엄청 이상해요."
"예."
오벨이 설명했다. 설명하는 목소리가 평평했다.
"사람은 보통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입습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은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몹시 가난하거나, 그 옷이 자기 옷이 아니거나."
"…"
"길에서 사람을 찾는 자가 보는 것이 그 두 번째입니다."
"…"
"남색 로브를 입은 사람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런 꼴을 한 사람도 흔하지 않습니다. 흔하지 않은 것이 흔하지 않은 것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니카가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그럼 어떡해요."
"모르겠습니다."
"모른다고요?"
"예. 저는 서류를 읽는 사람이지 사람을 숨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바르트가 뒤에서 말했다.
"애초에 저게 문제가 아니야."
"뭐가요."
"옷이 문제가 아니라고."
그가 앞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켈리의 오른손에 지팡이가 있었다. 어두운 회갈색이고 장식이 없고 끝이 뭉툭했으며 가운데에 쇠 테가 한 줄 감겨 있었다. 이음매가 비뚤고 표면이 우글거렸다.
"저걸 들고 다니는 한 옷은 아무 상관이 없어."
"…그럼 저걸 숨기면요?"
"숨겨 봐."
"…"
"숨겨 보라고. 저 길이를."
니카가 그 지팡이의 길이를 눈으로 쟀다. 켈리 키의 삼분의 이쯤 되었다. 자루에 들어가지 않는 길이였고 품에 넣을 수 있는 길이도 아니었으며 옷 안에 넣으면 걸을 때 무릎이 안 굽는 길이였다.
"…천으로 감으면 어때요."
"감아서?"
"지팡이처럼 안 보이게요."
"그럼 싸울 때 풀어야지."
"풀면 되잖아요."
"몇 숨 걸리는데."
"…"
"어제 저 비탈에서 몇 숨 있었냐고."
니카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날 오후에 길에서 사람을 셋 만났다. 반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이었고 수레를 끌고 있었다. 지나치면서 그중 하나가 켈리를 보았다. 위에서 아래로 보았고 다시 위로 보았다. 그 눈이 사람을 수상히 여기는 눈이었다. 보고 나서 그가 지나갔다. 지나가고 나서 일행 뒤에서 그 셋이 자기들끼리 무슨 말을 했다. 말소리가 들리지는 않았다.
켈리가 그것을 알았다. 켈리는 뒤쪽의 기척을 아는 사람이었다.
"…저 쳐다봤죠."
"응."
"왜요."
"옷이 이상해서."
"…"
"어제는 로브 때문에 쳐다봤고 오늘은 옷 때문에 쳐다봐."
켈리가 걸으면서 자기 소매를 한 번 내려다보았다. 짙은 녹색이었고 끝이 닳아 올이 나와 있었다. 누가 입던 것이었다. 몇 해를 입었는지는 알 수 없었고 그 사람이 지금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켈리가 그 소매를 손가락으로 한 번 만져 보았다. 만져 본 것은 천이 거칠어서가 아니었다. 벨류엔의 지급품 중에 이것보다 거친 것이 많았다. 다른 점은 하나였다. 이 소매는 켈리의 치수에 맞춰 나온 것이 아니었다. 누구의 치수에도 맞춰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그냥 누가 오래 입다가 내놓은 것이고, 내놓을 때 그 사람은 받는 사람의 치수를 몰랐다.
그래서 크다. 켈리가 그것을 생각하는 데 한참 걸렸고, 생각하고 나서도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정하지 못했다. 저녁에 자리를 잡았을 때 켈리가 자루를 열었다.
안에 로브가 있었고 그 옆에 회색 내의가 있었다. 둘 다 개켜져 있었고 둘 다 목깃이 위로 와 있었다. 로브의 목깃에는 은실 문장이 있었고 내의의 목깃에는 먹으로 찍은 번호가 있었다.
같은 숫자였다. 켈리가 자루를 도로 묶었다. 묶고 나서 자기가 입은 겉옷의 목깃 안쪽을 한 번 뒤집어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흔한 막대기

니카가 널빤지 조각을 하나 주워 왔다.
손바닥 두 개만 한 것이었고 한쪽 끝이 썩어 있었다. 니카가 그것을 불 꺼진 자리 앞에 세워 놓고 오벨에게서 숯을 빌렸다. 오벨은 숯을 빌려줄 때 그것이 남은 넷 중 하나라고 말했고 니카는 듣지 않았다. 널빤지에 세 줄이 적혔다.
「감는다. 넣는다. 바꾼다.」
"뭐야 이게."
바르트가 말했다.
"지팡이 숨기는 법이요."
"어제 내가 숨겨 보라고 한 거?"
"예. 숨겨 보려고요."
"셋 중에 뭐가 되는데."
"하나는 됩니다. 셋 다 해 보면 9할이요."
바르트가 니카를 한참 보았다. 니카가 숫자를 금방 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는 알았고, 틀릴 때도 금방 낸다는 것도 알았다. 틀리면서 빠른 건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켈리는 널빤지를 보지 않았다. 등 뒤에서 바르트가 풀 바른 천을 갈아 대고 있었다. 쇠몽둥이 자리의 멍이 가장자리부터 누렇게 바래 가는 중이었고 가운데는 아직 검붉었다. 지팡이가 무릎 옆에 세워져 있었고 오른손이 그 위에 얹혀 있었다. 얹혀 있다는 것을 켈리는 의식하지 못했다. 밤에도 거기 있었다. 잠든 켈리의 손이 지팡이에서 떨어지는 것을 본 사람은 일행 중에 없었다.
"…이거요?"
"예."
"숨겨요?"
"어제 다 들었잖아요. 그거 들고 다니면 옷 바꾼 게 소용없다고."
"…"
"싫어요?"
"…싫은 건 아닌데요."
켈리가 손을 떼지 않았다.
첫 줄은 감는 것이었다. 감으려면 천이 필요했다. 니카가 자기 목의 붉은 천을 한 번 만졌다가 손을 내렸고 린이 그것을 보았다.
"그거 쓰면 되잖아."
"이건 안 됩니다."
"왜."
"이건 제 거니까요."
"어제 받은 거잖아."
"어제부터 제 겁니다."
결국 쓴 것은 흙빛 겉옷이었다. 어제 바르트가 걸쳤다가 조끼 같다는 말을 들은 그것이었다. 오벨이 챙겨 왔다. 받은 물건을 그 자리에 두고 오면 받은 값을 돌려주는 것이 된다고 그가 말했고, 그 말에 반대한 사람이 없었는데 반대할 말을 아무도 찾지 못해서였다.
니카가 손을 내밀었다. 켈리가 지팡이를 내밀었다. 니카가 쥐었다. 켈리가 놓지 않았다.
"…놔야 감죠."
"…"
"놔요."
켈리가 놓았다. 놓은 손이 그 자리에서 한 번 오므라들었다가 펴졌다.
니카가 감았다. 소매 둘로 양 끝을 묶고 몸판으로 가운데를 둘렀으며 남은 자락을 꼬아 매듭을 셋 지었다. 다 감고 나니 길쭉한 흙빛 뭉치가 되었다. 가운데 한 군데가 불룩했다. 쇠 테가 있는 자리였다.
"어때요."
넷이 그것을 보았다.
"…뭐 같아요?"
"창."
린이 먼저 말했다.
"창이요?"
"감춘 창. 창을 감추면 꼭 저렇게 돼. 로엔 경비들이 그런 걸 메고 다녀."
"…"
"아니면 다리."
"다리요?"
"사람 다리. 한 짝."
바르트가 고개를 돌렸다. 웃음을 참는 것인지 다른 것을 참는 것인지는 등만 보여서 알 수 없었다.
"풀어 봐요."
니카가 뭉치를 켈리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지금요?"
"지금요. 누가 덮쳤다고 치고요."
켈리가 뭉치를 쥐고 매듭을 찾았다. 니카가 지은 매듭이었고 니카는 풀리지 않게 묶는 법밖에 몰랐다. 타르실 도박장에서 돈주머니를 묶을 때 쓰는 매듭이었다. 켈리가 첫 매듭을 손톱으로 긁었다. 안 풀렸다. 이로 물었다. 풀렸다. 둘째 매듭은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켈리가 뭉치를 거꾸로 들고 흔들었다. 흙빛 소매 하나가 풀려 늘어졌고 그 소매가 켈리의 발목에 감겼다.
그사이에 린이 앉았다. 바르트가 배낭 끈을 한 번 고쳐 멨다. 오벨이 수첩을 꺼내 한 줄을 적고 도로 넣었다. 니카는 처음에는 서서 보다가 나중에는 쪼그려 앉아서 보았다.
지팡이 끝이 겉옷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켈리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고 발목에 소매가 감겨 있었으며 셋째 매듭을 아직 입에 물고 있었다.
"…지금 우리 다 죽었어요."
니카가 말했다.
"…"
"그동안 저는 두 번 죽었어요. 아저씨는 세 번 죽었고요."
"나는 왜 세 번이야."
"크니까요. 큰 건 맞히기 쉬워요."
"…"
"오벨 씨는 맨 먼저 죽었어요."
"예. 맞습니다."
오벨이 그 셈을 고치지 않았다.
켈리가 매듭을 뱉고 지팡이를 마저 뽑아 들었다. 쥐고 나서 숨을 한 번 길게 내쉬었다. 그 숨이 무슨 숨인지는 넷이 다 보았다. 니카가 널빤지의 첫 줄에 선을 그었다.
둘째 줄은 넣는 것이었다. 켈리의 자루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자루 길이가 지팡이의 절반이었다. 바르트의 배낭에 세워 넣자 삼분의 일이 위로 솟았고, 솟은 끝에 흙빛 겉옷을 씌웠다.
"…아저씨, 등에 깃대 꽂은 것 같아요."
"깃발이 없잖아."
"그래서 더 이상해요. 깃발 없는 기수 같아요."
"…저울 빼면 들어가."
"그럼 저울 빼요."
"저울은 못 빼."
그 말에서 바르트가 물러서지 않았다. 니카가 다른 것을 빼자고 했고 바르트가 그것도 못 뺀다고 했으며, 그렇게 배낭 안의 물건이 하나씩 이름이 불렸다가 하나씩 못 빼는 것이 되었다. 깨진 유리병까지 못 빼는 것이 되었을 때 니카가 포기했다. 결국 지팡이는 겉옷에 감긴 채로 배낭 옆구리에 비스듬히 대고 끈으로 묶였다. 그 위에 켈리의 자루를 걸어 늘어뜨리자 멀리서는 짐 사이에 무엇이 끼어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켈리의 손이 비었다. 빈손으로 걷는 것이 켈리에게 어떤 것인지는 그 손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오른손이 외투 자락을 쥐었다가 놓았고 허리께를 쥐었다가 놓았다. 바지 허리를 접어 넣은 자리를 쥐었을 때 그것이 풀릴 뻔해서 놓았다.
점심 무렵에 길이 농가 하나의 마당 귀퉁이를 지났다. 울타리가 없었다. 로엔 남부에서 울타리는 밭에 치는 것이지 마당에 치는 것이 아니었다. 길과 마당의 경계는 길 쪽 흙이 단단하고 마당 쪽 흙이 무르다는 것뿐이었다.
"저쪽으로 질러가요. 저쪽이 빨리 갈 확률이 8할이에요."
니카가 그렇게 말했다.
마당에 거위가 일곱 있었다.
거위는 사람을 셀 줄 안다. 셀 줄 안다는 것은 사람 쪽에서 붙인 말이고 실제로 거위가 아는 것은 자기 마당에 들어온 것이 몇인가 하는 것뿐이다. 하나면 지켜보고 둘이면 소리를 낸다. 다섯이면 온다.
일곱이 왔다. 목을 땅과 나란하게 뻗고 날개를 반쯤 편 채로 왔다. 그런 자세로 오는 거위는 실제보다 두 배쯤 커 보인다. 소리가 먼저 왔고 거위가 그 뒤에 왔다.
켈리의 오른손이 허리 옆으로 갔다. 쥐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손이 어깨 위로 갔다. 쥐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켈리가 바르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지팡이는 바르트의 배낭 옆구리에 있었다. 켈리가 그쪽으로 손을 뻗자 바르트가 꺼내 주려고 몸을 돌렸다. 바르트가 돌자 배낭 옆구리가 반대쪽으로 갔다. 켈리가 그쪽으로 따라 돌았다. 바르트가 다시 돌았다.
둘이 그 자리에서 두 바퀴를 돌았다.
"가만히 좀 있어요!"
"너나 가만히 있어!"
"아저씨가 돌잖아요!"
"꺼내 주려고 돈 거야!"
그사이에 거위가 니카에게 닿았다. 일곱 중 넷이 니카에게 갔다. 왜 니카였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린은 목에 두른 붉은 천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지는 거위만 알았다. 니카가 뒤로 물러나다 넘어졌고 넘어진 자리에서 거위 하나가 그의 엉덩이를 물었다.
"아악! 아니 왜 저예요!"
린이 웃었다. 웃다가 거위 하나가 자기 쪽으로 오자 맨발로 그 거위를 마주 보고 섰다. 거위가 멈췄다. 린도 멈췄다. 둘이 한참 서로를 보다가 거위가 먼저 고개를 돌렸다.
오벨은 처음부터 움직이지 않았다. 거위가 그 옆을 지나갔는데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거위에게 마당의 일부였다.
빗자루를 든 아낙이 집에서 나왔다. 아낙이 빗자루를 한 번 쓸었다. 일곱이 흩어졌다.
아낙이 다섯을 보았다. 엉덩이를 쥐고 주저앉은 젊은이와, 큰 남자 옆에서 손을 뻗은 채 멈춘 처녀와, 거위와 눈싸움을 하고 선 맨발의 처녀와, 가방을 든 채 꼼짝하지 않는 남자를 차례로 보았다.
"…다 큰 사람 다섯이서 거위한테 뭐 하는 거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마당을 벗어나서 오벨이 켈리 옆으로 왔다.
"손이 먼저 갑니다."
"…예?"
"꺼내려고 생각하기 전에 손이 갔습니다. 세 번이요."
켈리가 자기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아직 반쯤 오므라든 채였다. 무언가를 쥐려다 만 모양 그대로 굳어 있었다. 켈리가 그것을 폈다. 펴고 나서 조금 걷다 보니 또 반쯤 오므라들어 있었다.
니카가 널빤지의 둘째 줄에 선을 그었다. 다른 손으로는 엉덩이를 받치고 있었다.
셋째 줄을 떠올리게 한 것은 그 아낙의 빗자루였다.
"저거예요."
"빗자루?"
"아니요. 흔한 거요. 저 아주머니가 빗자루 들고 다니는 걸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잖아요."
"…"
"진짜는 짐에 넣어 두고 손에는 흔한 걸 드는 거예요. 길에서 막대기 들고 다니는 사람 많아요. 개 쫓으려고 들고, 짚으려고 들고. 그런 거 하나 든다고 쳐다보는 사람 없어요."
니카가 그 말에 확률을 붙이지 않았다. 붙일 필요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
바르트가 길가의 개암나무에서 가지 하나를 쳤다. 칼로 세 번 쳐서 잘랐고 잔가지를 훑어 냈다. 길이가 켈리의 지팡이와 비슷했고 굵기는 조금 가늘었다. 껍질이 덜 말라 손에 쥐면 미끄러웠다.
켈리가 받았다. 받고 나서 그것을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 다시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 무게가 틀렸다. 지팡이는 가운데보다 끝이 조금 무거웠는데 이것은 손잡이 쪽이 무거웠다. 쇠 테가 있던 자리쯤에 옹이가 있었다.
켈리가 그것을 한 번 휘둘렀다. 공중이었다.
"치지 마."
"안 쳤는데요."
"치려고 했잖아."
"…휘둘러 본 건데요."
"그게 치려고 한 거야."
켈리가 그것을 쥔 채 걸었다. 쥔 손이 계속 고쳐 쥐었다. 쥘 때마다 손가락 자리를 바꿨고 바꿀 때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을 했다. 켈리가 그런 얼굴을 짓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니카가 널빤지의 셋째 줄 옆에 동그라미를 쳤다.
"이건 진짜 흔해요. 길에 굴러다니는 거예요. 이걸로 알아볼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나루터에 닿은 것은 오후였다. 실베인으로 가려면 강을 하나 건너야 했고 강폭이 80미터쯤 되었다. 배는 하루에 두 번 떴다. 오후 배가 4시였고 일행이 닿았을 때 반 시간쯤 남아 있었다.
나루터 마당에 사람이 스물쯤 있었다. 짐꾼과 장사꾼과 보따리를 든 사람들이었다. 마당 한쪽 말뚝 위에 젊은 남자 하나가 걸터앉아 있었고 그 둘레에 예닐곱이 모여 있었다.
켈리가 그 남자를 알아보았다.
"…저 사람."
"누구."
"그 줄에 있던 사람이에요. 앞에서 셋째쯤."
켈리는 그 줄을 셀 때 얼굴도 같이 보았다. 그 남자가 왜 줄에서 빠졌는지는 몰랐다. 다만 줄에서 빠지는 데에는 좋은 이유가 하나 있었고, 그 남자가 지금 말뚝 위에 멀쩡히 앉아 있다는 것이 그 이유를 말해 주었다.
남자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위에서 애가 하나 내려오는데."
"애?"
"애였어. 여자애. 근데 키가 이만해."
남자가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손이 머리보다 한 뼘 위에 있었다.
"막대기를 들었는데 막대기가 이만해."
두 손을 벌렸다. 벌린 폭이 문짝만 했다.
"그걸로 한 번 치니까 다섯이 날아갔어."
"다섯이?"
"다섯이. 한 번에."
켈리가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다 듣고 나서 바르트에게 아주 작게 물었다.
"…그런 사람이 있었어요?"
바르트가 사레가 들렸다.
"너잖아."
린이 말했다.
"…저 저렇게 안 컸는데요."
"다섯도 아니었어요. 둘이었어요."
니카가 말했다.
"셋입니다. 셋째는 바르트 씨가 깔았습니다."
오벨이 고쳤다.
"그건 내가 한 거잖아."
"예. 그러니까 저 이야기 안에서는 저 사람이 한 겁니다."
켈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자기 손을 보았다. 오른손에 개암나무 가지가 쥐어져 있었다.
켈리가 그것을 천천히 등 뒤로 옮겼다.
바르트가 그것을 보았다. 보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그가 그날 참은 것 중에 가장 큰 것이었다.
배삯이 모자랐다. 니카가 잔액을 세어 보고 그렇게 말했다. 다섯 중 셋은 건널 수 있고 둘은 못 건넌다.
"…누가 남아요?"
"아무도 안 남아요."
니카가 마당 반대편을 턱으로 가리켰다. 짐꾼 셋이 짐짝 위에 판을 벌여 놓고 주사위를 굴리고 있었다. 판돈이 동전 한 닢씩이었다.
"안 돼."
"이길 가능성이 7할이에요."
"안 된다고."
"저 사람들 던지는 거 봤어요? 셋 다 던질 때 손목을 꺾어요. 꺾으면 여섯이 덜 나와요. 그걸 모르고 여섯에 걸어요."
"…"
"그리고 저기는 저 이야기하는 사람 반대쪽이에요. 저쪽만 안 보면 돼요."
바르트가 대답하기 전에 니카가 갔다.
니카가 이겼다. 한 판을 이기고 두 판을 지고 그다음 다섯 판을 이겼다. 지는 판은 일부러 진 것이었는데 그것을 아는 사람은 니카뿐이었다. 짐꾼들의 동전이 니카 앞으로 옮겨 오는 동안 니카의 얼굴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바뀌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너 뭐 했어."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뭐 걸었지."
짐꾼 하나가 니카의 손목을 보았다. 손목에 천이 감겨 있었다. 주술사가 감는 천이었고 로엔 남부에도 그것을 아는 사람이 있었다.
"안 걸었어요. 진짜로 셈만 했어요."
"셈?"
"예. 셈이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니카는 그날 아무것도 걸지 않았다. 걸었으면 무언가 돌아왔을 것이고 돌아온 것이 없었으니 걸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이 자리에서 사실은 쓸모가 없었다. 셈으로 이겼다는 말은 주술로 이겼다는 말보다 더 믿기 어려웠다.
짐꾼이 니카의 목에서 붉은 천을 낚아챘다.
"이거라도 내놔."
"그건 안 돼요!"
니카가 천 끝을 붙들었다. 붙든 채로 끌려가다가 무릎을 꿇었다.
"그건 제 거예요! 어제부터 제 거라고요!"
켈리가 갔다. 간 것을 처음 본 사람은 바르트였다. 그가 손을 뻗었는데 닿지 않았다. 켈리가 짐꾼 앞에 섰다. 천을 쥔 팔이 보였다. 켈리가 개암나무 가지를 들어 그 팔을 쳤다.
딱.
소리가 가벼웠다. 가지가 가운데에서 부러졌다. 옹이가 있던 자리였다. 부러진 반쪽이 빙글 돌며 날아가 강물에 떨어졌다.
짐꾼이 자기 팔을 보았다.
"…아."
그것뿐이었다.
켈리가 자기 손을 보았다. 손에 반 토막이 남아 있었다. 부러진 끝이 하얗게 갈라져 있었고 껍질 아래 덜 마른 속이 젖어 있었다.
짐꾼이 웃었다. 웃음이 번졌다. 짐꾼 셋이 웃고 판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웃었다. 켈리는 그 웃음 속에서 반 토막을 든 채로 서 있었다. 등의 맞은 자리가 당겼다. 휘두를 때 쓴 자리였다.
그때 말뚝 위의 남자가 일어섰다. 남자가 켈리를 보았다. 얼굴을 본 것이 아니었다. 그가 본 것은 손이었고 손에 든 나무 토막이었다.
"…막대기."
옆 사람이 남자를 돌아보았다.
"막대기 든 애다."
웃음이 끊겼다. 끊기는 데 순서가 있었다.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먼저 멈췄고, 그들이 멈춘 것을 보고 나머지가 멈췄다. 짐꾼이 마지막이었다. 짐꾼이 켈리를 다시 보았다. 위에서 아래로 보았다. 키가 크고 말랐고 여자였다. 손에 막대기가 있었다. 반 토막이었으나 그 이야기에는 막대기가 무슨 나무인지 나오지 않았다. 몇 토막인지도 나오지 않았다. 한 번에 갔다는 것만 나왔다.
짐꾼이 붉은 천을 놓았다.
"…농담이었소."
켈리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저 아직 안 쳤는데요."
짐꾼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켈리는 사실을 말한 것이었다. 방금 그것은 치려고 친 것이 아니었다. 천을 쥔 팔을 떼어 놓으려고 댄 것이었다. 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켈리는 알았고 그것은 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다만 그 말은 이 자리에서 다른 뜻으로 들렸고, 들린 뜻 그대로 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니카가 붉은 천을 끌어안고 일어났다. 짐짝 위에 동전이 그대로 있었다. 아무도 그것을 가져가지 않았다. 판돈 앞에서 니카 셰르의 손이 그렇게 오래 멈춰 있었던 것은 처음이었다.
"…저거 가져가도 돼요?"
니카가 오벨에게 작게 물었다.
"딴 겁니까, 빼앗은 겁니까."
"딴 거예요."
"그럼 가져가십시오."
"근데 지금 가져가면 빼앗은 걸로 보일 것 같아요."
"예. 그렇게 보일 겁니다."
니카가 동전을 집었다. 집는 손이 떨렸다.
배가 왔다. 사람들이 탔다. 배는 넓지 않아서 스무 명이 타면 어깨가 닿았는데, 켈리 둘레만 어깨 하나만큼 비어 있었다. 아무도 그렇게 하자고 하지 않았다.
켈리가 반 토막을 무릎에 놓고 앉았다. 오벨이 그 옆에 앉았다. 오벨 둘레는 비지 않았다.
"…첫 줄이 바뀌었습니다."
"…예?"
"협조문의 첫 줄은 남색 로브였습니다. 저 사람들의 첫 줄은 막대기입니다."
켈리가 무릎 위의 반 토막을 보았다.
"…이거 그냥 나무인데요."
"예."
"아까 꺾은 거예요."
"압니다. 그래서 곤란합니다. 그 첫 줄에는 아무 나무나 다 맞습니다."
니카가 배 가장자리에서 널빤지를 꺼냈다. 세 줄이 적혀 있었고 위의 둘에는 선이 그어져 있었다. 셋째 줄 옆의 동그라미를 한참 보다가 그 위에 선을 그었다.
"…9할이었는데."
"셋 다 했잖아."
바르트가 말했다.
"셋 다 했죠."
"셋 다 안 됐잖아."
"…셋 다 안 됐죠."
니카가 널빤지를 강물에 놓았다. 널빤지가 뱃전을 따라 조금 흐르다가 뒤로 처졌다. 니카의 셈은 빠르지만 가끔 맞지 않을 때가 있었다.
배가 강 가운데쯤 왔을 때 켈리가 뒤를 보았다. 나루터 마당에서 그 젊은 남자가 다시 말뚝에 올라앉아 있었다. 새로 온 사람이 셋 있었고 남자가 그들에게 무언가를 그려 보이고 있었다. 두 손을 벌렸다가 한 손을 툭 꺾었다. 부러졌다는 시늉이었다. 그 이야기는 아까보다 한 줄이 길어져 있었다.
켈리가 반 토막을 물에 놓았다. 먼저 떨어진 반쪽이 어디쯤 갔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바르트가 배낭 옆구리의 끈을 풀었다. 겉옷에 감긴 채로 지팡이를 꺼내 켈리 쪽으로 내밀었다. 켈리가 받아서 겉옷을 벗겨 냈다. 이번에는 매듭이 금방 풀렸다. 바르트가 나루터에서 기다리는 동안 다시 묶어 둔 매듭이었다.
켈리의 손이 지팡이를 쥐었다. 손이 닫혔다.
이번에는 끝까지 닫혔다.
몫

비앙카 세렌은 아침부터 나루터에 있었다.
남색 코트는 짐 안에 접혀 있었다. 로브 입은 자를 쫓는 사람이 남색을 입고 다니면 안 된다는 것을 그도 알았다. 회색 여행 외투를 입고 있으니 마당의 누구도 그를 두 번 보지 않았다.
나루터 마당 한쪽 판자에 그 종이가 걸려 있었다. 희고 얇은 종이였고 왼쪽 위에 아홉 가닥 문장이 찍혀 있었다. 며칠 내린 비에 글자가 번져 아래쪽은 읽기 어려웠는데, 처마에 가려 있던 맨 윗줄은 멀쩡했다.
남색 로브.
그 종이는 비앙카가 왕도를 나설 때 들고 나온 묶음 중 하나였다. 남서 방면 검문소와 자치대에 돌린 것이 서른 장이었다.
말뚝 위에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이틀 사이에 나루터 짐꾼이 된 사람이었고 짐을 지지 않을 때는 이야기를 했다. 새로 온 사람 넷이 그 앞에 모여 있었다.
"…막대기가 부러졌어. 딱 하고. 그런데 짐꾼이 물러났다니까."
"왜."
"그 애가 그랬대. 아직 안 쳤다고."
듣던 사람들이 웃었다. 비앙카는 웃지 않았다.
막대기로 치면 막대기가 부러질 수 있다. 다만 마도대 돌파형이 강화를 걸고 치면 부러지는 것은 막대기가 아니다. 그 애는 강화를 걸지 않고 쳤다. 걸지 않은 것인지 걸 수 없었던 것인지는 이야기만으로 알 수 없었다.
넷이 왔다. 갈색 겉옷에 곡물 자루를 멨고 걸음 폭이 같았다. 넷이 비앙카 앞에 멈췄는데 멈추는 데 시차가 없었다. 남서 국경 초소에서 빌려 온 정찰조였다. 빌린 서류는 없었다. 초소장이 비앙카에게 갚을 것이 하나 있었고 그것으로 갈음했다.
"보고."
조장이 입을 열었다. 종이는 꺼내지 않았다. 적히지 않아야 하는 일이었으므로 보고도 적히지 않았다.
"남쪽 큰길을 나루터까지 훑었습니다. 대상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리 위에서 다섯과 마주쳤습니다. 셋에게 말을 걸었고 대답이 막힌 자는 없었습니다. 큰 남자 하나, 대장간 연장을 진다고 했습니다. 맨발의 처녀 하나, 실베인 소아레 출신이라 했습니다. 서류를 다루는 중년 남자 하나. 먼저 인사한 젊은 남자 하나."
"다섯이라 했네."
조장이 멈췄다.
"넷만 말했네."
"…다섯째는 보지 않았습니다."
"왜."
"다리가 좁았습니다. 발밑을 봐야 했습니다."
"그리고."
조장이 다음 말을 하는 데 잠깐 걸렸다.
"…남색이 없었습니다."
비앙카가 말뚝 위의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손을 벌렸다가 한 손을 툭 꺾는 중이었다. 큰 남자와 맨발의 처녀와 가방 든 남자와 붉은 천을 두른 젊은 남자. 다리 위의 넷과 나루터 이야기의 넷이 같았다. 다섯째 자리만 둘이 달랐다. 조장의 보고에서 그 자리는 비어 있었고 이야기에서는 막대기가 서 있었다.
회수과의 검문소 기준에는 네 항목이 있다. 남색 로브, 소매 끝 흰 띠, 도보 또는 승마, 단독. 비앙카는 한 달 반 전에 왕도에서 첫째 항목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 넷째 항목도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426건 가운데 무리를 지어 달아난 자산은 없었다. 무리를 지으려면 먹을 것을 나눠야 하고, 나눌 것이 있으려면 벌어야 하며, 벌려면 9일보다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 9일을 넘긴 자산이 드물었으므로 무리를 지은 자산은 없었다. 기준에 단독이라고 적은 사람은 틀리지 않았다. 그 사람이 본 자산은 전부 혼자였다.
"다리 위에서 자네가 보지 않은 하나가 대상이었네."
조장의 얼굴이 굳었다.
"…첫 줄이."
"알고 있네."
비앙카가 판자 쪽으로 턱을 들었다.
"저 첫 줄을 들고 나온 것이 나네."
조장은 그 말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랐다. 이 일을 맡을 때 문서에 남지 않는 일이라는 말은 들었다. 문서에 남지 않는 일에서 잘못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는 듣지 못했다.
첫 줄은 고칠 수 있었다. 고치려면 사유를 적어야 했고, 사유에는 대상이 로브를 벗은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가 들어가야 했다. 타르실 중재 기록을 조용히 청구한 일과 월경 허가 없이 정찰조를 로엔에 들인 일이 거기 같이 들어간다. 고친 협조문은 회수과의 정식 문서가 되고, 정식 문서는 읽힌다. 그래서 비앙카는 고치지 않았다. 서른 장에 적힌 첫 줄은 지금도 서른 군데에 그대로 걸려 있었다.
"강은 언제 건넜다던가."
"이틀 전이라고 합니다."
나루터에서 실베인 접경까지는 이틀 길이었다. 비앙카가 강 건너를 보았다. 안개가 물 위에 낮게 깔려 있어서 건너편 둑이 반쯤만 보였다.
어디로 갔나. 두 달 넘게 붙들고 있던 질문에 처음으로 답이 나왔다. 실베인이었다. 벨류엔 군복을 입은 사람이 들어가면 마을이 문을 닫는 땅이었다. 그 땅 사람들은 여덟 해 전에 늪을 돌아 들어온 벨류엔군을 아직 기억했다.
"돌아가게. 초소로."
"…예."
"자네들은 여기 온 적이 없네."
"확인했습니다."
넷이 돌아섰다. 돌아서는 데도 시차가 없었다.
혼자 남은 비앙카가 짐에서 협조문 사본을 한 장 꺼냈다. 맨 윗줄 옆 여백에 펜으로 한 단어를 적었다.
막대기.
그 단어는 사본 한 장에만 적혔다. 서른 장의 원본에는 지금도 남색 로브가 첫 줄이었다. 비앙카가 사본을 접어 넣었다. 넣으면서 손끝이 허리의 칼집을 지나갔다. 홈이 열아홉 개 파여 있었다.
스무 번째 자리는 비어 있었다.
강 건너 이틀 길 끝에서, 그날 오후에 린이 먼저 알았다.
린이 알았다는 것을 넷이 안 것은 린의 걸음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맨 뒤에서 발을 끌던 린이 어느새 맨 앞에 가 있었다. 맨발이 젖은 흙에 붙었다가 떨어지는 소리가 짧아져 있었다.
"…왜 그래."
"냄새."
"무슨 냄새."
"물 냄새가 달라."
켈리가 숨을 들이켜 보았다. 물 냄새는 며칠째 났다. 달라진 것을 켈리는 맡지 못했다.
길이 낮아지면서 안개가 올라왔다. 위에서 내려오는 안개가 아니라 아래에서 차오르는 안개였다. 발목께부터 오더니 무릎까지 왔고 거기서 더 오르지 않았다. 무릎 아래가 하얗게 지워진 채로 다섯이 걸었다. 안개 위로 나무들이 솟아 있었는데 밑동이 전부 물에 잠겨 있었다. 잠긴 지 오래되어 줄기 아래쪽이 검었고 그 위를 이끼가 두껍게 덮었다. 이끼는 한 가지 색이 아니었다. 짙은 초록과 회색과 붉은 갈색이 섞여 있었고 가까이 가서 보면 하나하나가 다른 이끼였다.
길 한가운데에 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길이 그 나무를 비켜 둘로 갈라졌다가 나무 너머에서 다시 만났다. 둥치는 어른 셋이 팔을 벌려야 둘러쌀 만했고 껍질에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여러 사람이 새긴 것이라 같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잎 모양이 있고 물결 모양이 있고 새 발자국 같은 것이 있었다. 오래된 문양은 껍질이 자라 올라와 반쯤 덮었고 새것은 아직 하얬다.
린이 나무 앞에 멈춰 손바닥을 둥치에 댔다. 대고 한참 있었다.
"…여기서부터예요."
"뭐가."
"실베인."
켈리가 둘레를 보았다. 문이 없었다. 초소도 깃대도 줄도 없었다. 켈리가 아는 국경은 초소와 깃대와 줄이었다. 줄을 서서 번호를 대면 통과시켰고 대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잡혔다.
여기에는 나무 한 그루가 있었고 그 너머에 사람이 많았다. 나무 뒤 둔덕에 갈대로 엮은 거적이 수십 장 비스듬히 세워져 있었고 그 아래마다 사람이 앉아 있었다. 연기가 여러 줄 올랐다. 둔덕 한가운데에 큰 솥이 걸려 있었고 그 앞에 줄이 서 있었다. 켈리는 그 줄을 세지 않았다. 세지 않아도 길었다.
켈리가 따라 걸었던 줄은 아직 뒤에 있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보다 먼저, 다른 길로 내려온 사람들이었다. 우기 내내 북쪽에서 사람이 내려왔고 내려온 사람들은 이 나무 앞에서 멈췄다.
나무 뿌리 사이에 노파가 하나 앉아 갈대를 엮고 있었다. 엮은 것이 옆에 쌓여 있었다. 거적이 되는 것이었다.
노파는 엮던 손을 멈추지 않고 고개만 들었다. 린이 그 앞에 가서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 가까이 숙였다가 들었다. 로엔의 물길 앞에서 숙이던 각도와 같았다.
"소아레의 린이에요. 돌아왔어요."
"소아레 린. 로엔 물길 일 하러 간."
"예."
"이 년 만이오."
"예."
실베인에는 성이 없다. 사는 땅의 이름을 이름 앞에 붙인다. 소아레는 늪 동쪽의 마을 이름이었고, 린이 어디서 왔는지 묻는 사람에게는 그것으로 대답이 끝났다.
노파가 다시 갈대를 엮었다. 그것으로 인사가 끝났다.
켈리가 린 옆에 가서 똑같이 무릎을 꿇었다. 린에게 배운 인사였다. 숙이는 각도가 린보다 조금 깊었고 드는 것이 조금 늦었다. 노파의 손이 한 번 멈췄다.
"처음 하는 인사요."
"…예."
"누구한테 배웠소."
켈리가 린을 보았다. 노파가 린을 보았다. 린이 고개를 돌렸는데 귀가 붉었다.
"들어오려면 몫을 말하시오."
노파가 말했다. 넷이 린을 보았다.
"실베인은 통행세를 안 받아요. 들어오는 무리는 마을에 해 줄 일을 하나씩 말해요. 그게 몫이에요. 말한 일을 하면 들어와요."
"못 하면."
바르트가 물었다.
"못 들어와요."
"일 못 하는 사람은. 늙었거나 애거나."
"같이 온 사람이 대신 져요. 몫은 무리마다 지니까요."
바르트가 둔덕 쪽을 보았다. 거적 아래 앉은 사람들 가운데 노인과 아이가 많았다.
"저 사람들 다 받으면 먹을 게 모자라지 않아요?"
니카가 물었다.
"모자라오."
노파가 말했다. 엮는 손이 멈추지 않았다.
"그럼 왜 받아요."
"나도 여덟 해 전에 여기 몫을 말하고 들어왔소."
니카가 다음 말을 하지 않았다. 노파의 왼손 등에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갈대를 당길 때마다 그 자리가 땅기는지 손가락이 한 박자씩 늦었다.
수풀회는 피난 온 사람들을 어떻게 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회의를 하는 중이었다. 정해진 것이 없으니 접경 마을들은 옛날부터 하던 대로 했다. 몫을 말하고 말한 것을 하면 누구든 들어온다. 그 예법은 수풀회보다 오래되었다.
노파가 바르트를 보았다. 눈이 조금 오래 머물렀다. 목덜미의 혹을 보는 눈이었다.
"어디 땅이오."
"카르소요."
"없어진 땅이오."
"예."
"몫은."
"쇠 고치는 거요."
노파가 갈대 엮던 손으로 둔덕 아래를 가리켰다. 거적 하나 옆에 쇠붙이가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날이 나간 낫과 자루가 빠진 괭이와 밑이 뚫린 솥이었다. 피난 온 사람들이 지고 온 것 가운데 못 쓰게 된 것들이었고, 못 쓰게 되었는데도 버리지 못해서 쌓아 둔 것들이었다.
바르트가 그 무더기를 한참 보았다. 그러고는 말없이 그쪽으로 걸어가 배낭을 내려놓았다.
다음이 오벨이었다.
"어디 땅이오."
"벨류엔입니다."
갈대를 엮던 손이 멈췄다.
"불 놓은 땅이오."
"예. 저는 불을 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땅입니다."
"몫은."
"적는 일입니다. 약속이든 셈이든요."
"실베인은 적지 않소. 기억하오."
"…그럼 무엇을 하면 됩니까."
노파가 둔덕 아래 물가를 턱으로 가리켰다. 물동이 둘과 멜대가 놓여 있었다.
"물 길으시오."
오벨이 그 멜대를 보았다. 서른여덟 해 동안 그가 어깨에 메어 본 것은 서류 가방뿐이었다.
니카 차례였다.
"어디 땅이오."
"…타르실이요."
손이 다시 멈췄다. 이번에는 오래 멈췄다.
"상인이오?"
"아니요."
"그럼 무엇이오."
니카가 대답하기 전에 잠깐 있었다. 거짓말을 고르는 시간은 아니었다. 니카는 거짓말을 할 때 빨랐다.
"…도박사요."
"그건 더 나쁘오."
"왜요?"
"상인은 지도를 팔았소. 도박사는 뭘 걸었는지도 모르겠소."
타르실 상인이 실베인 늪의 통행로를 그린 지도를 벨류엔에 판 일이 있었다. 그 지도를 따라 벨류엔군이 늪을 돌아 들어와 마을들을 태웠다. 노파는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할 필요가 없었다. 실베인 사람이면 누구나 알았고 타르실 사람이면 대개 알았다. 니카도 알았다. 니카의 눈이 노파의 왼손에 가서 멎었다.
"수풀회에서 이 일로 회의를 마흔 번 했소. 타르실 상인은 돌려보내기로 했소."
"전 상인이 아닌데요."
"그러니 문제요. 도박사는 회의에서 다룬 적이 없소."
"…그럼 어떻게 돼요."
"회의를 해 봐야 아오."
"회의는 언제 하는데요."
"다음 달."
니카가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멜대를 메다 말고 오벨이 기침을 한 번 했다. 웃음을 덮는 기침이었다.
"얘 몫까지 제가 할게요."
린이 말했다. 노파가 린을 보았다.
"데려온 건 저예요."
"물길 일이 두 배가 되오."
"예."
노파가 갈대를 한 줄 더 엮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회의 안 해도 되오."
니카가 린을 보았다.
"…그럼 저는 뭐 해요."
"아무것도 하지 마."
"아무것도요?"
"아무 짓도 하지 마. 네가 뭘 하면 그것도 내 몫이 돼."
나무 뒤에서 아이 둘이 고개를 내밀었다. 하나가 나뭇가지를 들고 있었다. 껍질도 벗기지 않은 가지였다. 아이가 켈리의 얼굴을 보고 켈리의 손을 보았다. 그러고는 자기 가지를 휘둘렀다.
"한 번에 다섯!"
다른 아이가 뒤로 넘어지는 시늉을 했다. 둘이 같이 웃으며 나무 뒤로 달아났다.
켈리가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지팡이를 등 뒤로 옮겼다.
"숨기지 마. 이제 소용없어."
린이 말했다. 노파는 갈대에서 눈을 들지 않았다.
"막대기 든 애가 남쪽으로 온다는 말이 어제 왔소. 강을 같이 건넌 사람이 먼저 왔소."
"…저 막대기 아닌데요."
"말이 그렇게 왔소."
노파가 켈리를 보았다.
"어디 땅이오."
켈리가 대답하지 못했다. 노파가 기다렸다. 갈대를 엮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켈리는 어디서 태어났는지 몰랐다. 여섯 살 전을 기억하지 못했고, 원적이 지워졌으므로 찾아볼 데도 없었다. 켈리가 아는 땅은 막사 바닥과 연병장과 참호였는데 그것은 땅이 아니라 자리였다.
"…모르겠는데요."
"모르오?"
"예."
노파가 그 대답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둔덕 위에도 자기 땅을 잃은 사람이 많았다. 여덟 해 전에는 노파도 그랬다.
"땅이 없으면 몫으로 말하시오."
켈리가 생각했다. 생각하는 동안 노파가 기다렸다. 나무 뒤에서 아까 그 아이들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다들 같은 대답을 기다리는 얼굴이었다.
"…때리는 거요?"
노파가 갈대를 내려놓았다.
"그건 몫이 아니오. 그건 소문이오. 여기는 때릴 사람이 없소."
나무 뒤에서 아이 하나가 킥 하고 웃었다. 니카가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떨렸다.
켈리가 다시 생각했다. 생각하는 동안 눈이 둔덕의 솥으로 갔다. 솥 앞의 줄이 조금씩 줄었다. 맨 앞의 여자가 그릇을 내밀었고 국자가 한 번 들어갔다 나왔다. 그릇에 담긴 것이 묽었다. 여자가 그릇을 기울이자 바닥이 보였다.
켈리는 그 그릇을 알았다. 골짜기에서 빵 한 덩이를 들고 서 있던 날 켈리는 그 빵을 예순으로 나누면 손톱만 해진다는 셈을 했다. 손톱만 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날 켈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켈리가 품에 손을 넣었다. 종이가 두 장 있었다. 그중 한 장을 꺼냈다. 접힌 자리가 닳아 보풀이 일었고 숯 글씨가 조금 번져 있었다. 획 순서가 틀렸고 글씨가 컸으며 줄이 아래로 처졌다. 셋째 줄에는 빠뜨렸던 글자가 옆에 작게 끼워져 있었다.
켈리가 그것을 펴서 손가락으로 첫 줄을 짚었다.
"…잎이 다섯 갈래."
손가락이 내려갔다.
"줄기가 붉다. 그늘에서 자란다. 땅에 붙어서 자란다. 옆에 이끼가 있다."
마지막 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짐승이 뜯어 먹은 자국이 있다."
켈리가 종이에서 눈을 들었다.
"…먹어도 되는 풀을 고를 줄 알아요. 여덟 번 먹어 봤어요. 안 아팠어요."
노파가 켈리를 한참 보다가 늪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가서 해 보시오."
늪가는 물과 땅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았다. 디디면 땅이고 한 발 더 디디면 물이었다. 켈리가 거기 무릎을 꿇었다. 꿇은 자리로 물이 배어 올라와 무릎이 젖었다. 켈리가 풀 하나를 손으로 들추었다. 잎을 세었다. 넷이었다. 놓았다. 다음 것을 들추었다. 다섯이었다. 줄기를 보았다. 푸르렀다. 놓았다.
켈리는 그 일을 서두르지 않았다. 여섯 줄을 차례로 대 보고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놓았다. 놓은 것이 뽑은 것보다 훨씬 많았다.
아까 그 아이 둘이 따라와 있었다. 둘이 켈리 옆에 쪼그려 앉아 켈리가 하는 것을 보았다. 하나가 켈리가 놓은 풀을 집어 들었다.
"이건 왜 버려요?"
"이끼가 없어서요."
아이가 그 풀 둘레를 보았다. 이끼가 없었다. 아이가 그것을 놓고 다른 풀을 들추었다. 잎을 손가락으로 세었다.
"다섯이에요!"
"줄기요."
"…푸른데요."
"그럼 아니에요."
아이가 실망한 얼굴로 풀을 놓았다. 그러고는 또 다른 것을 들추었다. 해가 기울 무렵에는 셋이 나란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셋 다 무릎이 젖었다.
켈리가 돌아왔을 때 짙은 녹색 겉옷의 앞자락이 불룩했다. 앞자락을 걷어 올려 그 안에 담아 온 것이었다. 어깨선이 팔뚝까지 내려오는 겉옷이라 앞자락이 넓었고 많이 들어갔다. 크다고 웃음거리가 됐던 옷이었다.
켈리가 노파 앞에 그것을 쏟았다. 노파가 갈대를 내려놓고 하나씩 집어 보았다. 잎을 뒤집었고 줄기를 꺾어 냄새를 맡았다. 다 보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켈리가 그 앞에 서 있었다. 서 있는 자세가 보고하는 자세였다.
노파가 풀 하나를 따로 골라 옆에 놓았다.
"이건 쓴대라는 풀이오. 먹는 것이 아니라 달여서 배 아픈 사람한테 주는 것이오."
"…알아요."
"아시오?"
"린이 가르쳐 줬어요."
노파가 둔덕 아래 도랑 쪽을 보았다. 린이 무릎까지 물에 들어가 막힌 자리를 손으로 더듬고 있었다. 노파가 나머지를 한데 모았다.
"솥에 넣으시오."
그날 저녁 솥의 죽이 달랐다. 국자가 들어갔다 나오면 그릇에 초록이 섞였고, 그릇을 기울여도 바닥이 금방 보이지 않았다. 맛은 썼다. 쓴 것을 먹는 얼굴들이 있었는데 그릇을 내려놓는 사람은 없었다.
켈리는 줄 끝에 서서 그것을 보았다. 맛이 쓴지 어떤지는 켈리에게 상관이 없었다. 켈리가 본 것은 그릇 바닥이었다. 바닥이 보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해가 진 뒤에 일이 끝났다. 바르트 옆에 쌓인 쇠붙이가 줄었고 고친 낫이 다른 쪽에 따로 쌓였다. 도랑이 뚫려 마을 앞으로 차오르던 물이 빠졌다. 오벨이 멜대를 내려놓았는데 내려놓은 뒤에도 어깨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는 물동이를 몇 번 날랐는지 세어 두었고 아무도 묻지 않았으므로 말하지 않았다. 마흔한 번이었다.
니카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니카에게는 그날 가장 힘든 일이었다. 오후 내내 거적 아래 앉아 솥 앞의 줄을 셌고, 센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그것이 무슨 일이 될까 봐서였다.
노파가 갈대를 다 엮고 일어섰다. 일어서면서 켈리를 보았다.
"기억했소."
"…예."
"내일도 하시오."
켈리가 그 말을 들었다. 내일도 하라는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열두 해 동안 매일 들었다. 다만 그때 그 말 앞에는 언제나 번호가 있었다.
늪가에서 같이 무릎을 꿇었던 아이 하나가 마을 쪽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면서 소리를 질렀다.
"막대기 든 애가 풀 고를 줄 안대!"
그날 밤 접경 마을에서 그 말이 여러 번 쓰였다. 첫 줄은 나루터에서 건너왔고 둘째 줄은 솥 앞에서 생겼다.
둘째 줄은 켈리가 쓴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