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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지나갈 무렵, 덥지 않고도 화창한 구름 하나가 바람을 분다. 

태양을 가리기엔 턱없이 작은데도 눈을 크게 뜬 바람소리에 거지 하나가 하르르 입술을 떤다. 

반쯤 올라간 거지의 손 앞으로 바쁜 걸음을 내쉬는 사람들의 그림자는 훌쩍 도망갈 티켓이 필요하다.


잘생긴 거지 하나가 역 안으로 들어가자 그림자가 조용히 따라간다.

거지를 피해 그림자가 달린다. 바람의 벽을 견디기 힘든 숨결은 눈썹을 휘날린다. 가슴이 터질 듯 입에선 단내가 나고 온 몸이 달아올라 움직일 수 없을 무렵, 훌훌 털어 떠나지 않고 매표소를 되돌아 나온다.


다시 시작하고 싶어도 시작의 기억이 없어 '다시'란 단어를 사용할 수 없는 날

비겁하지 않은 시작을 원하는 tu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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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따뜻한 서풍이 불고 있던 날 

너를 기다리다가 문득 네가 누구인가 

생각도 해보다가 왼쪽 손에서 간단한 시집을 펼친다. 


유순한 종이 가운데 문신처럼 새겨진 활자는공백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어. 

너의 걸음은 허공에 멈추어 있고 빙그르르 돌아가는 공중에서 너는 정지한 채 공백속으로 흘러가던 그날, 

풍경화 같은 구름이 파랗게 흩어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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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앉은 다리에 팔꿈치가 슬몃 기대면 

까만 한숨에 먼지가 가득 고이고 

바람 하나가 멈칫멈칫 노을을 주워 담는다. 


무심한 라이터가 조용히 불의 이동을 만들면 

어두운 하늘에 감청색 안개가 피어오르고 

향이 짙어진 손가락이 잠시 머뭇거린다.


연기는 하얀 재를 만들며 폐 속으로 그안으로 

뭉쳐진 공기와 함께 조금은 투명해진 입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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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가을
뒤늦은 매미 한 마리가
단풍사이에 붙어 열심히 울어댄다.

야, 임마
네 친구들은 모두 서로 사랑을 즐기다
땅 속 어딘가에 하얀 알 꽁꽁 숨겨두고 떠났을텐데
혼자 거기서 뭐하냐?

매미 한마리
잠시 울음을 그쳤다가 다시 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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