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limn's/poem'에 해당되는 글 15건

  1. 2015.05.20 기차역에서
  2. 2015.05.20 어느 봄날 햇살아래
  3. 2015.05.20 담배
  4. 2008.09.01 매미 (1)
  5. 2008.04.04 진열 [陳列]
  6. 2008.02.27 나비
  7. 2008.02.27 동화(童話)
  8. 2008.02.27 상처
  9. 2008.02.27 비상
  10. 2008.02.26 그림자
  11. 2008.02.26 꿀차
  12. 2008.02.26 광대
  13. 2008.02.26 검은 바다
  14. 2008.02.26 자전거
  15. 2008.02.26 나를 가져주세요
posted by bluelimn 2015.05.20 14:05

봄이 지나갈 무렵, 덥지 않고도 화창한 구름 하나가 바람을 분다. 

태양을 가리기엔 턱없이 작은데도 눈을 크게 뜬 바람소리에 거지 하나가 하르르 입술을 떤다. 

반쯤 올라간 거지의 손 앞으로 바쁜 걸음을 내쉬는 사람들의 그림자는 훌쩍 도망갈 티켓이 필요하다.


잘생긴 거지 하나가 역 안으로 들어가자 그림자가 조용히 따라간다.

거지를 피해 그림자가 달린다. 바람의 벽을 견디기 힘든 숨결은 눈썹을 휘날린다. 가슴이 터질 듯 입에선 단내가 나고 온 몸이 달아올라 움직일 수 없을 무렵, 훌훌 털어 떠나지 않고 매표소를 되돌아 나온다.


다시 시작하고 싶어도 시작의 기억이 없어 '다시'란 단어를 사용할 수 없는 날

비겁하지 않은 시작을 원하는 turn-ing,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차역에서  (0) 2015.05.20
어느 봄날 햇살아래  (0) 2015.05.20
담배  (0) 2015.05.20
매미  (1) 2008.09.01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posted by bluelimn 2015.05.20 14:04

그날, 따뜻한 서풍이 불고 있던 날 

너를 기다리다가 문득 네가 누구인가 

생각도 해보다가 왼쪽 손에서 간단한 시집을 펼친다. 


유순한 종이 가운데 문신처럼 새겨진 활자는공백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어. 

너의 걸음은 허공에 멈추어 있고 빙그르르 돌아가는 공중에서 너는 정지한 채 공백속으로 흘러가던 그날, 

풍경화 같은 구름이 파랗게 흩어지던 날.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차역에서  (0) 2015.05.20
어느 봄날 햇살아래  (0) 2015.05.20
담배  (0) 2015.05.20
매미  (1) 2008.09.01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posted by bluelimn 2015.05.20 14:02

주저앉은 다리에 팔꿈치가 슬몃 기대면 

까만 한숨에 먼지가 가득 고이고 

바람 하나가 멈칫멈칫 노을을 주워 담는다. 


무심한 라이터가 조용히 불의 이동을 만들면 

어두운 하늘에 감청색 안개가 피어오르고 

향이 짙어진 손가락이 잠시 머뭇거린다.


연기는 하얀 재를 만들며 폐 속으로 그안으로 

뭉쳐진 공기와 함께 조금은 투명해진 입김.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차역에서  (0) 2015.05.20
어느 봄날 햇살아래  (0) 2015.05.20
담배  (0) 2015.05.20
매미  (1) 2008.09.01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posted by bluelimn 2008.09.01 22:55

뒤늦은 가을
뒤늦은 매미 한 마리가
단풍사이에 붙어 열심히 울어댄다.

야, 임마
네 친구들은 모두 서로 사랑을 즐기다
땅 속 어딘가에 하얀 알 꽁꽁 숨겨두고 떠났을텐데
혼자 거기서 뭐하냐?

매미 한마리
잠시 울음을 그쳤다가 다시 울기 시작한다.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차역에서  (0) 2015.05.20
어느 봄날 햇살아래  (0) 2015.05.20
담배  (0) 2015.05.20
매미  (1) 2008.09.01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posted by bluelimn 2008.04.04 17:40

진열 [陳列]


정갈하게 단추를 잠그고 오른 손은 허리에 왼손은 머리 위 왼쪽 이십도 방향으로 곧게 펴서  드는 거야. 허리는 꼿꼿하게, 오른 쪽 골반을 살짝 올려. 양쪽 발은 이십칠 센티미터 간격으로 벌려주는 것이 적당해.

어디나 기본도 없는 녀석들이 있는 건 마찬가지야.
오늘은 신참 하나가 조명아래 얼굴이라도 내밀려고 버둥거리다 면접관이 지나가니
‘나를 가져주세요. 나는 나긋나긋해. 발수건으로 써도 좋아요. 나를 가져주세요. 먼지더미에 던져둬도 불평하나 없을 거예요.’
머리를 조아리며 구걸해서 값싸게 팔려갔거든.

그런 지루한 표정 짓지 마. 난 일부러 남은 거니까.
팔짱을 낀 쭈글쭈글한 얼굴로 슬쩍 곁눈질하는 면접관들 앞에서 매번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엎드리긴 싫거든. 이래봬도 작년엔 메인 윈도우에 전시될 뻔 한 몸인데 자존심 상하게 ‘입어보고 마음에 들면’이 말이나 되니?
이봐, 난 대형 백화점에 전시될 거야. 여기 영어로 적힌 상표 보이지? 일류 브렌드란 이런 거야. 저기 한글로 적힌 중소기업 상표랑은 차원이 달라.

그런데 당신, 아까부터 뭘 그렇게 열심히 만드는 거야?
얼른 마네킹이나 가져와. 메인 윈도우도 깨끗하게 닦아둬. 내가 제일 돋보여야 하니까.
뭐야, 나 주려고 그렇게 열심히 만든 거였어? 뭐라고 적은 거야?
재 고 상 품 특 가 판 매?


==================================================
'나를 가져주세요'를 퇴고한 시..
많은 조언 부탁합니다.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차역에서  (0) 2015.05.20
어느 봄날 햇살아래  (0) 2015.05.20
담배  (0) 2015.05.20
매미  (1) 2008.09.01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posted by bluelimn 2008.02.27 13:31
나비란 녀석
꽃잎 같은 날개에
온갖 밝은 것들을 다 지고서
괜한 엄살인 척 가볍게 끙끙대고 있지
작은 바람에 끌려 다니는 척
태풍을 만들려고 말야.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차역에서  (0) 2015.05.20
어느 봄날 햇살아래  (0) 2015.05.20
담배  (0) 2015.05.20
매미  (1) 2008.09.01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posted by bluelimn 2008.02.27 13:30
노릇하게 튀겨진 만두를 입 속으로 천천히 넣어 보렴
그런 다음 혀의 움직임을 생각하며 턱을 움직여 봐
그러면 느끼게 될 거야.
우리의 작은 일상이 생각이 생명이
잘게 찢어지고 흩어져 목구멍으로 흘러가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를
꾸물거리며 발버둥 쳐도 혀의 느슨한 비웃음조차
전혀 이겨내지 못한다는 것을.

아가야, 너는 고통스러운 동물의 비명을 식물의 눈물을 땅의 주검을
씹으면서 달근하고 묘한 쾌감을 느끼기도 하겠지.
그러나 명심하렴.
끝끝내 순응하지 않는 작은 덩어리에 목은 사레가 걸린다는 것을
모두가 침에 범벅이 된 채 흐무러져 소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너는 고통스러운 잔기침 소리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봄날 햇살아래  (0) 2015.05.20
담배  (0) 2015.05.20
매미  (1) 2008.09.01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광대  (0) 2008.02.26
posted by bluelimn 2008.02.27 13:28
너는 특별한 느낌도 없이
실핏줄처럼 작은 힘으로 구석구석을 쥐어싸고 있어
날카로운 별똥별 자락에 손이 베어
한참동안을 지릿한 감각에 물들기 전엔 느낄 수도 없을 만큼
사라지고 나서도 없다는 것을 자꾸만 잊을 만큼.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담배  (0) 2015.05.20
매미  (1) 2008.09.01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광대  (0) 2008.02.26
검은 바다  (0) 2008.02.26
posted by bluelimn 2008.02.27 13:27

맑은 정신을 숨쉬기를 애타기 기다리면서
검고 질퍽한 숨을 헐떡인다
펴본 적도 없이 꺾여진 날개
그것을 펴기 위해 고통에 울부짖다가
검게 물든 두 날개 높이 들어
까마득한 절벽아래
그곳을 향해 서서히 퍼덕인다.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미  (1) 2008.09.01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광대  (0) 2008.02.26
검은 바다  (0) 2008.02.26
자전거  (0) 2008.02.26
posted by bluelimn 2008.02.26 22:32
가느다란 바람에도 남자는 하르르 입술을 떤다. 반 쯤 벌어진 눈을 끔벅이던 남자는 바쁜 걸음을 내쉬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헤아린다. 저마다 훌쩍 도망갈 티켓이 하나 쯤 필요하다.

천천히 일어선 남자가 너덜너덜한 걸음으로 역으로 향하자 그림자가 소리 없이 끌려간다.


그를 피해 그림자가 달린다. 바람의 벽을 견디기 힘든 숨결은 눈썹을 휘날린다. 가슴이 터질 듯 입에선 단내가 나고 온 몸이 달아올라 움직일 수 없을 무렵, 매표소를 되돌아 나오는 그림자들의 무리가 보인다.

우리는 방향을 모른다네, 목적지를 모른다네.
하늘을 나는 잠시간의 높이뛰기 이후엔 다시 원점이라네.

남자가 눈을 끔벅인다. 바쁘게 돌진하는 사람들 속에는 비어있는 그림자가 없다.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광대  (0) 2008.02.26
검은 바다  (0) 2008.02.26
자전거  (0) 2008.02.26
나를 가져주세요  (0) 2008.02.26
posted by bluelimn 2008.02.26 22:31

소주를 마시다 세상이 훤하니 

인상을 펼 때면 머리가 아파온다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울컥 쏟아낸 

더러운 

세상의 일부는 

창피하게 야위어 새벽을 맞지. 


비틀대는 거리는 아닌 척 

걸음을 움직이고 

흔들리는 시선은 아닌 척 

걸음을 멈추고 


골목 꺽어지는 작은 편의점에 들러 

인스턴트 꿀차에 쉽게 물을 붓는다 

꿀이야 들었거나 말거나 

야, 이거 꿀맛인데!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광대  (0) 2008.02.26
검은 바다  (0) 2008.02.26
자전거  (0) 2008.02.26
나를 가져주세요  (0) 2008.02.26
posted by bluelimn 2008.02.26 22:31
어두운 머리의 다락방 구석에서
옛날 옛날에 소꿉놀이 이후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가득 쌓인 물감을 꺼낸다.
후~욱
먼지가 지구의 공기를 메워나간다, 맑은 물감의 색이 조금씩 탁해진다.

굳어가는 물감을 잔뜩 개어 투명한 얼굴에 칠한다.
붉은 색으로는 번지르르한 웃음을,
왼쪽 눈에는 조그마한 눈물도 그려야지.
가장 중요한 건 쉬지 않고 꼼꼼하게 덧칠하는 거야
지구엔 먼지가 너무 많아서 자꾸만 묻어나거든.

그들의 적당한 웃음에 동참하려면 조금 답답해도 참아야겠지.
모두들 숨을 쉬지 못할 때까지 쉬지도 않고 먼지 앉은 물감을 칠하거든.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광대  (0) 2008.02.26
검은 바다  (0) 2008.02.26
자전거  (0) 2008.02.26
나를 가져주세요  (0) 2008.02.26
posted by bluelimn 2008.02.26 22:29
모래가 짜다 못해 쓴 바닷물을 삼킬 때마다
내 몸도 검은 파도를 한 모금씩 삼킵니다.
옛 기억이 남아있는 수평선으로 무거운 한 걸음 옮기면
기억은 수평선 너머 두 걸음 등을 보입니다.
헤아리던 걸음이 기억나지 않을 때
시끄럽던 파도가 가볍게 일렁이고
바다 거품이 조용히 머리 위로 오르면
가슴을 죄어오는 숨 막힘도 엄마의 자궁처럼 편안해지길 바랍니다.
캄캄한 이곳 어딘가에도 아름다운 물고기 하나쯤은 살고 있겠지요.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광대  (0) 2008.02.26
검은 바다  (0) 2008.02.26
자전거  (0) 2008.02.26
나를 가져주세요  (0) 2008.02.26
posted by bluelimn 2008.02.26 22:29
언제부터였을까
헐겁게 조르는 사슬이 도무지 끊어질 줄 모르고 걸려있는 것이.
작은 이슬이 스며들 때마다 녹슨 뼈는 붉게 부풀어 오른다
예전이야 어쨌거나 지금,
‘삐걱 삐거억’
스스로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주제에 잠꼬대 같은 이야기를 속삭인다.
‘뭐라구? 나는 좀 바쁘거든. 네 이야기 따위 들어줄 여유가 없어.’
갑자기 바빠진 걸음을 재촉하자
‘삐걱 삐걱’
다시 들릴 듯 말듯 한 울림을 보낸다
‘하지만 너는 보기 흉한 붉은 상처가 덕지덕지 붙어있는걸’
바닥에 늘어뜨린 힘없는 몸 위로 쇠사슬의 붉은 녹이 조금 더 흘러내렸다.




==========많은 조언 부탁합니다==========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광대  (0) 2008.02.26
검은 바다  (0) 2008.02.26
자전거  (0) 2008.02.26
나를 가져주세요  (0) 2008.02.26
posted by bluelimn 2008.02.26 22:28

다들 정갈하게 단추를 잠그고 자신감 가득한 왼손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하지.
그러곤 조명아래 얼굴이라도 내밀려고 버둥거리다 면접관이 지나가면
‘나를 가져주세요. 나는 나긋나긋해. 속옷으로 입어도 좋아요. 나를 가져주세요. 먼지더미에 던져둬도 불평하나 없을 거예요.’
머리를 조아리며 구걸하던 새내기가 값싸게 팔려가는 거야.

그런 지루한 표정 짓지 마. 당신네들이 잠깐 스쳐보며 팔짱을 끼고 쭈글쭈글한 얼굴을 할 때마다 죄라도 지은 기분이 든단 말야. 이래뵈도 작년엔 메인 윈도우에 전시될 뻔한 몸인데 자존심 상하게 ‘입어보고 마음에 들면’이 말이나 되니?
이봐, 난 대형 백화점에 전시될 거야. 여기 영어로 적힌 상표 보이지? 일류 브렌드란 이런거야. 저기 영어도 안 되는 지방 상표들과는 차원이 달라.

이제야 나를 옮겨주는 거야? 대형 백화점의 화려한 조명아래 놓이면 모두들 나를 부러워할 거야.
아, 너희들도 그렇게 안달할 것 없어. 내 뒤만 잘 따라오면 성공할 테니까.
그런데 마네킹은 어디에 있는 거야? 이렇게 두면 내가 잘 안 보이잖아. 위에 적힌 건 또 뭐야, 재 고 상 품 특 가 판 매?





==========많은 조언 부탁합니다==========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광대  (0) 2008.02.26
검은 바다  (0) 2008.02.26
자전거  (0) 2008.02.26
나를 가져주세요  (0) 2008.02.26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