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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신고계도협의회 “낯선 사람 보면 신고, 땅굴 견학”… 정권 바뀐 뒤 국가보안법 연행·구속, 민간 사찰 줄이어

▣ 춘천=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강원 춘천시 한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경수(가명)씨는 지난 4월 말 경찰서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신고계도협의회’를 만들려고 하는데 모임에 참석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5월2일 한 음식점에서 회의가 열렸다.


△ 총선을 앞두고 부하 경찰관들과 함께 여권 실세인 이재오 의원 지역구를 방문해 지역 유지들과 함께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난 어청수 경찰청장(맨 왼쪽). 그가 총수에 취임한 뒤 공안경찰의 움직임이 부쩍 늘어났다. 지난 3월26일 경찰청에서 어 경찰청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박종식 기자)

“일단 가봤어요. 신고계도협의회가 뭔지도 모르고, 궁금하기도 하잖아요. 리마다 농민들이 한 명씩 참석했는데, 춘천경찰서 보안과 형사가 나와서 간첩 얘기를 참 많이 하더라고요. 요새도 간첩이 많다, 그런데 간첩이 들어와도 잡기가 어렵다, 간첩들은 인터넷으로 손쉽게 북에 보고를 할 것이다, 뭐 그런 말들이었죠. 결론은 동네에서 낯선 사람이나 차량을 보면 곧바로 신고해달라는 것이었어요. 땅굴 견학도 갈 예정이고, 회원증을 만들어줄 테니 반명함판 사진도 제출하라고 하더군요.”

“서장 판단으로 좀더 활성화”

모임에 다녀온 김씨는 “우습기도 하고,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하루하루가 급변하는 세상에 경찰이 ‘간첩신고 타령’이나 하고 있는 모양새가 우스웠다면, 하필 보안과가 전면에 나서 ‘신고 조직’을 만든 배경에 뭔가 음흉한 꿍꿍이속이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는 것이다. 가볍게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사안이었다. 그는 “(도시 사람들에게는) 요새 시대에 이런 것을 만든다는 게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농촌은 다르다. 시골에서는 한 동네에 살면 서로 뻔히 아는 사이인데,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신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주민들 사이에 불신과 반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경찰로부터 참여 제안을 받은 농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런 이유를 들어 ‘그런 일을 내가 왜 하냐’고 불쾌해하며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이렇듯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작지 않은 파문을 일으킨 신고계도협의회라는 것은 사실 크게 새삼스러운 제도는 아니다.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 한창 운용됐던 ‘멸공신고계몽요원’이 그 전신이기 때문이다. 1970~80년대 경찰은 ‘공산당을 때려잡고 간첩을 때려잡자’며 마을마다 멸공신고계몽요원이라는 신고 전담 요원들을 지정하고 모임을 운영했다. 80년대 중반께 신고계도요원으로 이름이 다소 순화됐지만, 요원들은 동네에서 무시 못할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지난 5월18일 춘천에서 만난, 복숭아 과수원을 운영한다는 한 60대 농민은 “옛날에는 경찰이 마을마다 정보요원을 하나씩 뒀다. 그 사람들이 동네에서 술 먹고 시끄럽게 하거나 사이가 안 좋은 사람들을 경찰에 신고해 당사자가 삼청교육대에 끌려가도록 하기도 했다. ○○리에서는 당시 경찰 신고요원이었던 주민과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던 주민이 지금도 술만 마시면 서로 싸운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씨 또한 “동네에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 가운데 상당수는 신고 조직을 기억하고 계셨는데, 대부분이 삼청교육대에 보낼 사람들을 여기서 정했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병찬 춘천경찰서장은 “요새 치안 상황이 불안하다는 말도 있고 농산물 절도나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 적지 않아, 이런 경우 곧바로 신고해달라는 취지에서 하려는 일”이라며 “위에서 따로 지침이 내려온 것은 아니고, 서장 판단으로 좀 활성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촌 마을에는 이미 면 단위마다 이장단협의회가 있어 행정적인 사안들이 전달되고 있으며, 경찰 지구대를 중심으로 꾸려진 생활안전협의회를 통해 각종 사건·사고 신고가 이뤄지고 있다. ‘일반 범죄 신고라면 왜 형사과나 생활안전과가 아닌 보안과가 나서냐’는 질문에 이 서장은 “이미 (보안과 밑에) 조직이 있었던 것이기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덕분에 안 팔리던 <사회주의자> 나가

이명박 정부의 과거 회귀, 공안 중시 바람을 타고 지난 독재정권 시절 활동하던 간첩신고 주민조직까지 재건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 서장의 설명대로라면, 신고계도협의회 재건은 경찰의 조직적인 움직임은 아니다. 실제 다른 지역 경찰관들은 “웬 신고계도협의회냐?”라며 일반 시민들만큼이나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경찰의 분위기를 보면, 춘천의 사례는 전혀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다. 최근 들어 어린이 납치 미수 사건 신고를 받고도 미적거리거나 택시 트렁크 안에 숨어 있던 현금수송차 탈주범을 놓치는 등 민생 치안에 연달아 ‘구멍’이 나는 상황에서도 유독 공안 분야는 활동의 폭을 넓혀왔기 때문이다.

지난 2월11일 어청수 경찰청장 취임 뒤 열흘이 채 안 돼 송현아(34)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선전위원장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으며, 며칠 뒤에는 전교조 소속 김형근(49) 교사와 윤기진(33) 범청학련 남쪽본부 의장이 잇따라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구속됐다. 5월 초에는 노점상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조덕휘 전국빈민연합 집행위원장이 한밤중에 경찰청 보안과 소속 형사들에게 연행되기도 했다.

민간 사찰도 부쩍 활성화됐다. 18대 총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3월 말 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이 강금실 당시 통합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과 대운하 반대모임 소속 서울대 교수들을 사찰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뒤이어 ‘그날이 오면’과 ‘풀무질’ 같은 대학가 사회과학 서점에 대한 사찰이 강화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서울대 앞 ‘그날이 오면’ 서점 김동운 대표는 “(정권교체가 기정사실화된) 지난해 말부터 정보과 형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부쩍 자주 서점을 드나들며 각종 운동단체들이 펴낸 기관지나 소식지 등을 사갔다”며 “이 덕분에 평소에 전혀 팔리지 않던 <사회주의 노동자>와 <사회주의자> 같은 서적이 여러 권 팔렸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들은 공안경찰의 활발한 움직임이 정권 교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문성호 한국자치경찰연구소장은 “일제시대에 독립군 때려잡고 해방 이후엔 공산당 때려잡기 위해 만든 조직이 경찰 정보·보안과인데, 정권 교체와 더불어 또다시 정권과 경찰 총수 개인의 안위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아무리 외부에서 비판을 하더라도 경찰 수뇌부는 꿈쩍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골단과 민간사찰 부활 등을 두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격렬하게 반발했지만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서 대국민 사과까지 하게 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두고서도 “배후를 수사하겠다”며 떳떳이 여론에 맞설 정도였다. 이는 물론 정권의 묵인 또는 지원이라는 뒷심이 있기에 가능이다. 이런 점을 뒷받침하듯, 최근엔 어청수 경찰청장이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지난 1월 말 권력 실세인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서울 은평을)에서 지역 유지, 은평구청장, 전·현직 은평경찰서장 등과 모임을 가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지율이 바닥이니 할 일은 더 많고…

이명박 정부의 잇따른 실정으로 국정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공안경찰은 더욱 할 일이 많아질 전망이다. 전북 전주에서 정보과 형사가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신고를 낸 고등학생을 수업시간에 불러내 조사해 문제가 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오창익 경찰청 인권위원(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대통령이 시켜서인지 경찰 스스로 코드를 맞추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권 교체를 전후해 경찰청에서 내건 구호대로 경찰이 새롭게 달라지긴 달라졌다”며 “다만 달라진 방향이 오로지 정권 안위만을 위한 5공 경찰로의 회귀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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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독점 입수한 ‘부처 대변인회의 참고자료’…신문과 방송, 인터넷은 물론 지역신문에 대한 대처 방안 논의돼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입만 열면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불통’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생각하는 소통은 국민의 말을 듣고 자신의 뜻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정부의 말만 듣고 따르라는 ‘일방통행’ 같다. 이런 방식의 소통을 생각하는 정부에게 국민은 소통의 대상이 아니라 순치의 대상일 뿐이다. 순치의 수단은 두려움와 회유다. 이른바 공안 정치다.


△ 5월9일 열린 정부의 언론 대책회의 문건. 모두 7쪽으로 구성돼 있다.

<한겨레21>은 청와대와 정부가 언론과 인터넷 포털을 순치시키기 위해 마련한 ‘채찍과 당근’이 담긴 문건을 입수했다. 국민들이 서로 불신하게 만드는 경찰의 공안 시스템이 부활하는 현장도 잡았다. 이른바 김경준씨 기획입국설 수사를 통해 정부와 검찰이 정치권을 향해 겨누고 있는,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의 방향도 점검해봤다.

이번 취재를 통해, 민주정부 10년을 거치고도 정부 각 기관에 ‘공안의 DNA’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국민에게는 민주정부 10년의 경험을 통해 ‘자유의 DNA’가 심어져 있음도 알 수 있었다. ‘공안의 부활’을 예단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편집자

▣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 사진 이종찬 기자rhee@hani.co.kr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국민 여론이 크게 악화됐던 5월9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와 정부 부처 대변인들이 연 언론 대책회의 내용이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한겨레21>이 5월23일 입수한 ‘부처 대변인회의 참고자료’를 보면, 당시 회의에서는 신문과 방송, 인터넷은 물론 지역신문에 대한 ‘관리 방안’이 논의됐으며, 이를 위해 정부 광고의 집행, 언론·정부 공동(협찬) 행사 운영, 가판 모니터링 강화 등의 방법이 거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모여 사태의 원인을 언론 탓으로 돌리고 ‘언론 길들이기’ 수단을 논의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문제의 회의 내용 일부를 보도한 <경향신문>(5월17일치)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언론중재를 신청했지만, 관련 사실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문서가 확인됨에 따라 정부에 대한 비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논조 안 맞으면 광고 주지 말자”

문건에 따르면, 당시 ‘부처 대변인회의’ 참석자는 모두 22명이었다. 주요 인사는 청와대 박흥신 언론1비서관과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조원동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 김규옥 기획재정부 대변인 등이다. 이 밖에도 거의 모든 부처의 대변인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신재민 차관의 모두 발언으로 시작해 조원동 국정운영실장의 언론 대응 방안 발언으로 이어졌다. 핵심 주제는 언론사의 논조에 따른 정부 광고 운영 방안이었다. 쉽게 말해 정부를 비판하는 특정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정부 광고를 집행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거론된 것이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한 참석자의 말을 빌려 “회의 모두에 조원동 국정운영실장이 일부 언론의 쇠고기 관련 보도가 적대적인 만큼 이에 상응하는 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참석자는 “<경향신문> 논조와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파문 관련 해명 광고 내용이 너무 다른 만큼 과연 이런 신문에 광고를 줄 필요가 있느냐를 놓고 고민도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가 논란이 되자 문화부에서는 “각 부처 대변인회의는 격주마다 열리는 정례회의로, 정부 광고와 관련한 얘기를 할 성질의 회의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 이명박 정부의 과도한 언론통제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5월20일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 한겨레21 이종찬 기자)

이마저도 거짓말이었다. 이날 회의자료를 보면, 정부 광고 운영 방안은 표지에도 ‘주요 논의사항’으로 소개돼 있다. 자료 3~4쪽을 보면, 조원동 실장이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부처 협조사항 논의’라는 항목으로 △언론·정부 공동(협찬)행사 활성화 △특정 언론 대상 정부 광고 및 기고 금지 조치 해제 이후, 운영상 문제점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언론광고 집행 여부를 특정 언론사와의 관계 속에서만 파악하려는 천박한 인식에서 비롯된 행태라는 지적이다. 즉, 정부 광고는 정부가 최대한 많은 국민에게 알려야 할 내용이 발생할 때 집행하는 것이다. 특정 언론사의 논조나 규모와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 이른바 비판 언론의 독자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정부 광고를 통해 정부 입장을 전달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신재민 차관이 발표한 다른 언론대책 내용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쇠고기 논란과 관련해 신 차관의 ‘말씀자료’에는 “부정적 여론 확산의 진원지(방송·인터넷)에 대한 각 부처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겠음”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어 “학생·주부 등 정서적 민감 계층의 동요가 많은 점을 감안해 교과부·보건복지가족부 등에서는 교육 현장 및 주부 대상 프로그램 등을 활용한 정확한 정보제공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도 관련 뉴스 배치 확인

정부의 부실한 쇠고기 협상에서 비롯된 비판적 여론을 방송과 인터넷 탓으로 돌리고 이에 대한 적극적 ‘관리’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언론통제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세청이 5월초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이같은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기업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는 대개 5년마다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음은 지난 2004년 세무조사를 받았다. 다음은 이례적으로 4년만에, 그것도 대단히 미묘한 시기에, 세무조사를 통보받은 것이다. 또다른 포털사이트인 야후 역시 지난 4월말 세무조사를 통보받았다.

포털사이트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 통보가 눈에 보이는 압박요인이라면, ‘포털 검열’ 의혹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더욱 심각하다. 신 차관은 5월9일 회의에서 광우병 파동 등을 예로 들며 ‘언론보도 관련, 조기경보 체계 가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1차적으로 문화부 홍보지원국에서 인터넷상의 각 부처 관련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해당 부처에 신속히 통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발언이 나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5월14일께 문화부 홍보지원국에 ‘인터넷 조기대응반’이라는 이름의 비공식 조직이 꾸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부정적 여론 확산의 진원지(방송·인터넷)에 대한 각 부처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겠음”이라는 대목과 관련해 주목해볼 만한 정부 보고서도 있다. 정부의 언론 대책회의가 열린 직후 외교통상부가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 여론 형성 과정-독도 괴담 사례’ 등의 문서다.

5월19일 일본 문부성이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명기할 방침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명박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또 한 번 들끓었다. 해당 보고서는 이를 계기로 작성됐다. <한겨레21>이 입수한 보고서 내용을 보면, 정부는 정당한 비판 여론에 관심을 두는 대신 이른바 ‘독도 괴담’이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독도 괴담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인 게시판을 통해 형성되고 유통되는 것으로 보고 ‘이명박 독도 포기?’(2008년 5월3일) 등 7개의 지식인 게시물을 예로 들었다. 보고서는 괴담의 유포 경위에 대해서는 “괴담 유포 시점이 광우병 문제가 논란이 된 시기와 맞물려 있어 정치적으로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유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네이버와 다음, 엠파스 등 주요 포털에서 독도 관련 뉴스가 어디에 어떻게 배치되는지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독도 관련 토론방은 물론 카페와 블로그의 주소, 심지어는 댓글 동향에 대해서도 상세히 적어놓았다.


△ 신재민 문화부 차관(왼쪽 두 번째)이 주재한 정부의 언론 대책회의가 물의를 빚고 있다. 신 차관이 5월16일 제주에서 열린 ‘새로운 언론 진로의 모색’ 세미나에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연합 김호천)

포털에 “비판 댓글 ‘블라인드’ 처리하라”

문제는 보고되는 내용 대부분이 ‘쪽발이, 왜놈 등 극단적 반일 표현과 극일 주장이 속출’ ‘이명박이 화근이야 등 대통령에 대한 비이성적 비난이 다수’ ‘비논리적, 무조건적 독설 및 비방 다수’ 등으로 인터넷 여론을 일방적으로 폄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정부의 부주의 결과 사태가 악화되었다는 등 합리적 비난에 대해서도 일부 소개하고는 있지만 양적으로 적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파동 등에 대해 끊임없이 ‘괴담’ 탓을 하는가 하면, 포털에 대한 댓글 삭제 압력까지 행사하는 배경이 이같은 보고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 비판 댓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해 물의를 빚은 일이 있다. 다음 등에 따르면 5월3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네트워크윤리팀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와 “광우병 관련 글이 올라오고 카페가 만들어지는 등 심상치 않다”고 말한 뒤 이 대통령 비판 댓글을 ‘블라인드’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인드는 삭제의 한 방법이다.

5월9일 언론 대책회의에서는 얼마 전 불거졌던 혁신도시 논란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정부는 혁신도시 논란을 “지역 이기주의에 근거한 지역언론의 정부 정책 비판”으로 매도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특히 영남권·충청권 지역언론이) 혁신도시 등 지역균형 발전 추진에 대한 정부 신뢰성에 강한 의문과 함께 부정적 여론을 중점 부각”하고 있으며, “쇠고기 수입과 조류독감에 대해서는 비판 언론에 버금가는 수준의 비판적 시각을 집중 전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쯤 되면 모든 게 언론 탓이라는 식이다.

정부의 언론 탓은 이날 회의에서 신문 가판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청와대에서 참석한 박흥신 언론1비서관 등은 ‘청와대 홍보 관련 지시사항 전달’을 통해 가판 모니터링 강화 및 신속 대응체계를 논의했다. 정부의 가판 신문 구독은 언론사에 대한 로비와 압력 행사의 창구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 때문에 참여정부 시절부터 폐지됐던 악습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지난 정부에서 가판을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많은 언론사들이 이에 화답한 것은 가판이 오랫동안 정부 의도대로 신문 논조를 조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활용됐기 때문”이라며 “가판 모니터링으로도 모자라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은 언론 보도가 독자들에게 전달되기 전에 청와대가 입맛에 맞게 내용을 바꾸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문 가판 점검도 강화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프레스 프렌들리’라는 희한한 말까지 써가며 언론과의 건강한 관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취임 100일이 지나기도 전에 언론 환경이 5공화국 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인터넷 댓글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에 대한 정부의 퇴진 압력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조직이나 마찬가지인 뉴라이트전국연합과 극우 단체인 국민행동본부 등 일부 보수단체가 감사원에 제기한 특별감사 청구는 단 7일 만에 뚝딱 통과됐다. 전윤철 감사원장이 외풍으로 인해 정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감사원을 떠나자 곧바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비판 언론에 대해서는 ‘광고’ ‘관리’ 등의 용어까지 남발하고 있는 현 정부의 언론관은 전속력으로 추락하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과 닮았다. 5월9일 여의도 한 언론사 건물에서 열린 정부의 언론 대책회의 내용은 현 정부의 언론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문화부 홍보지원국 교육 자료 입수

‘외롭고 가난한’ 네티즌 대응방안은 ‘세뇌와 조작’

“(인터넷) 게시판은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 잘 꾸며서 재미있게 꼬드기면 바로 세뇌 가능.”

“어차피 몇 푼 주면 말 듣는 애들에게 왜 퍼주고 신경쓰는가.”

인터넷 ‘악플’이 아니다. 하지만 악플 수준의 현상 진단과 대책이 오간 이 자리는 이명박 정부가 5월 초 홍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 집담회였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던 시점에 마련됐다.

문화부 홍보지원국 소속 공무원 12명이 참가한 이날 정책 커뮤니케이션 교육에는 68쪽짜리 ‘공공갈등과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역할’ 자료가 활용됐다. <한겨레21>이 입수한 해당 문건의 내용은 홍보담당 공무원 교육용이라고 보기에는 위험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우선 이 자료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을 언론의 선정주의 탓으로 돌린다. 정부 정책이나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은 채, 특히 방송이 감성적 선동의 온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중매체는 기본적으로 감성에 민감하다. 신문의 상대적 위축과 방송의 부상 속에서 <미디어오늘> 출신 방송쟁이가 <조선(일보)> 데스크만큼 괴롭힐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식한 놈이 편하게 방송하는 법이 대충 한 방향으로 몰아서 우기는 것이다. 신강균, 손석희, 김미화 등 대충 질러대서 뜨고 나면 그만이다.”

포털 사이트 등 인터넷 공간을 기본적으로 ‘저급 선동의 공간’이라고 정의한 뒤 젊은 층은 아무 생각도 없고 비판적 이성의 밑천도 바닥이라고 폄하한 대목도 문제다.

“이해찬 세대의 문제는 그야말로 아무 생각도 없고 원칙도 없다는 것이다. 학력이 떨어지니 직업전선에 더욱 급급하고, 하다 안 되면 언제든 허공에 주먹질할 것이다. 최루탄 3발이면 금방 엉엉 울 애들이지만 막상 헤게모니를 가진 집단이 부리기엔 아주 유리하다.”

황당한 대응방안도 나왔다. 핵심 키워드는 ‘세뇌’와 ‘조작’이다.

“다양해진 미디어를 꼼꼼하게 접하고 이해해야 한다. (인터넷) 게시판은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이지만 정성스런 답변에 감동하기도 한다.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므로 몇 가지 기술을 걸면 의외로 쉽게 꼬드길 수 있다. 붉은 악마처럼 그럴듯한 감성적 레토릭과 애국적 장엄함을 섞으면 더욱 확실하다.”

이날 교육에서는 마지막으로 언론 대책과 관련해 “절대 표 안 나게 유학과 연수, 정보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주요 기자와 프로듀서, 작가, 행정직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소프트 매체에 대한 조용한 (취재) 아이템 제공과 지원도 효과적”이라고 끝맺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해당 교육은 문화부 공식 행사가 아니라 홍보지원국 소속 12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부모임 같은 것”이라며 “(문제의) 교육 내용을 문화부가 그대로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단지 여러 의견 가운데 하나로 참고하겠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최시중·이동관·신재민

빅 브러더스 3인방

언론 환경을 5공화국 시절로 되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정부 인사는 최시중·이동관·신재민 등 3인방(사진 왼쪽부터)이다. 이 세 명의 ‘빅 브러더스’는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 최시중·이동관·신재민(왼쪽부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대선 직전까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고문을 지냈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이상득 국회부의장 등과 함께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그림자로 불린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역시 선대위에서 각각 메시지팀장, 공보상황실장을 맡았다.

<동아일보> 출신인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공영방송인 한국방송 장악을 위해 도를 넘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방송 때문이며 그 원인 중 하나가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출입기자를 ‘마크’하고 있다. 이 대변인이 대통령의 입으로 나선 직후 청와대에서는 유례가 없을 정도의 ‘엠바고’와 ‘오프더레코드’ 요청이 속출하고 있다. 엠바고는 조건부 보도제한, 오프더레코드는 보도금지다. 이 대변인은 지난 4월 말 자신의 부동산 투기 의혹 보도를 막기 위해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직접 압력을 넣은 사실도 있다. 문제가 터지자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 대변인이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높았다. 그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때마침 터진 미국산 쇠고기 파동 덕분이었다. 여론의 관심이 쇠고기로 옮겨가며 그대로 눌러앉은 것이다. 최 위원장과 이 대변인은 둘 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심각한 도덕적 결함을 안고 있다. 이 대변인은 <동아일보>에서 논설위원까지 지냈다.

현 정부의 미디어정책을 관장하는 신재민 차관은 특히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압박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논란이 확산된 직후 그는 “포털도 언론중재법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등의 언급을 했다. 최근 문화부 안에 ‘인터넷 조기대응반’이라는 이름의 조직을 만든 것도 신 차관이다. 그는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3인방이 언론탄압의 전면에 나선 것에 대해 시민사회와 언론계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18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비뚤어진 언론관을 가진 사람들이 요직에 앉아 있는 한 이명박 정부는 끊임없는 언론통제 논란으로 국민의 분노를 키울 것”이라며 “정부의 대언론 관계를 파행으로 이끈 최시중 방통위원장, 이동관 대변인, 신재민 차관은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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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열린 쇠고기 청문회를 통해서 광우병에 대한 국민의 걱정과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야당이 주장한 것이 근거 없고 정치선동에 가까운 것이었는지 어제 밝혀졌다. 이제는 청문회를 거쳤기 때문에 국민들도 어느 정도 야당의 주장이 허구라는 것을 어느 정도 아셨으리라 생각이 된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말이다.

전날 열린 쇠고기 청문회를 통해 광우병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많이 불식되었다고 자평한 것.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바로 국회 식당안에서 줄을 길게 늘어선 시민과 국회 관계자들의 모습을 본다면 오히려 광우병 공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것 같다.



카레와 우동, 사골우거지 등 3가지 메뉴를 점심 식단으로 제공한 이날 국회 식당안은 그동안은 볼수 없었던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다른 줄들은 식판을 든 사람들로 길게 늘어서, 길게는 10분 이상 기다려야 했으나 유독 한가지 메뉴에는 아예 줄이 없어 바로 가서 배식을 받을 수 있었다.그리고 나머지 두줄은 평소보다 더욱 늘어난 사람들로 인해 배식을 받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원인은 사골우거지국에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기피할 메뉴가 아님에도 광우병 우려로 인해 주저없이 다른 긴 줄에 합류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또한 식사를 하는 사람들 중에도 사골 우거지국을 선택한 사람은 거의 찾아 보기 힘들었다.

정부가 광우병 공포가 확산되자 서둘러 각종 대책들을 내놓고는 있지만 국민들은 전혀 안심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아직 뼈있는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가 수입도 되지 않았는데 이정도라면 앞으로 수입이 본격화 되는 시점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민들의 여권에 대한 의혹과 불신은 심각한 수준이고, 정부가 늑장을 부리며 내놓은 미봉책들은 전혀 국민들을 안심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은 여전히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불법 집회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행위에 엄정대처 하겠다”며, 국민불안의 책임을 실체없는 존재에게 떠넘기면서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라는 말만 앵무새 처럼 반복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한지 아닌지를 따질 시점은 이미 지나버렸다.

국민의 요구에 반해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는 한 국민들의 불안은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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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홍보지원국 교육 자료 입수

'외롭고 가난한' 네트즌 대응방안은 '세뇌와 조작'



"(인터넷)게시판은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 잘 꾸며서 재미있게 꼬드기면 바로 세뇌가능"

"어차피 몇 푼 주면 말 듣는 애들에게 왜 퍼주고 신경쓰는가."

인터넷'악플'이 아니다. 하지만 악플 수준의 현상 진단과 대책이 오간 이 자리는 이명박 정부가 5월 초 홍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 집담회였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던 시점에 마련됐다.

문화부 홍보지원국 소속 공무원 12명이 참가한 이날 정책 커뮤니케이션 교육에는 68쪽짜리 '공공갈등과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자료가 활용됐다. <한겨레 21>이 입수한 해당 문건의 내용은 홍보담당 공무원 교육용이라고 보기에는 위험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우선 이 자료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을 언론의 선정주의 탓으로 돌린다. 정부 정책이나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은 채, 특히 방송이 감성적 선동의 온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중매체는 기본적으로 감성에 민감하다.신문의 상대적 위축과 방송의 부상 속에서 <미디오 오늘> 출신 방송쟁이가 <조선(일보)> 데스크만큼 괴롭힐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식한 놈이 편하게 방송하는 법이 대충 한 방향으로 몰아서 우기는 것이다. 신강균, 손석희, 김미화 등 대충 질러대서 뜨고 나면 그만이다."

포털 사이트 등 인터넷 공간을 기본적으로 '저급 선동의 공간'이라고 정의한 뒤 젊은 층은 아무 생각도 없고 비판적 이성의 밑천도 바닥이락 폄하한 대목도 문제다.

"이해찬 세대의 문제는 그야말로 아무 생각도 없고 원칙도 없다는 것이다. 학력이 떨어지니 직업전선에 더욱 급급하고, 하다 안 되면 언제든 허공에 주먹질 할 것이다. 최루탄 3발이면 금방 엉엉 울 애들이지만 막상 헤게모니를 가진 집단이 부리기엔 아주 유리하다."

황당한 대응방안도 나왔다. 핵심 키워드는 '세뇌'와 '조작'이다.

"다양해진 미디어를 꼼꼼하게 접하고 이해해야 한다. (인터넷) 게시판은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이지만 정성스런 답변에 감동하기도 한다.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므로 몇 가지 기술을 걸면 의외로 쉽게 꼬드길 수 있다. 붉은 악마처럼 그럴듯한 감성적 레토릭과 애국적 장엄함을 섞으면 더욱 확실하다."

이날 교육은 마지막으로 언론 대책과 관련해 "절대 표 안 나게 유학과 연수, 정보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주요 기자와 프로듀서, 작가, 행정직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소프트 매체에 대한 조용한 (취재) 아이템 제공과 지원도 효과적"이라고 끝맺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한겨레 21>과의 통화에서 "해당 교육은 문화부 공식 행사가 아니라 홍보지원국 소속 12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부모임 같은 것" 이라며 "(문제의) 교육 내용을 문화부가 그대로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단지 여러 의견 가운데 하나로 참고하겠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출처 : http://h21.hani.co.kr/section-021005000/2008/05/0210050002008052607120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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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조작 가능한 아이템들이 당장이라도 꽤 있다.
우선 촛불집회를 막는 방향을 본다면 지금 시행하고 있는대로 촛불집회를 강제로 해산시키고 몇명 잡아들여서 겁을 준다. 그러면 시위 자체는 더욱 강해지지만 규모는 축소된다. (겁나는 사람은 나서지 않게 된다.)

다음 단계에는 촛불집회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식하도록 만든다. 이것도 몇가지 방법이 있다. 촛불집회의 시위가 맹목적이고 과격해지고 있다고 언론에서 방송을 시작하는 것이 신호탄이다. 독제정치 때 사용하던 방식대로 핵심 인물에 친북세력이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도 펼칠 수 있다. 다만 시위가 한총련등 그동한 시위를 지휘하던 집단들과 다르게 정말 일반 시민들이 중심이라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과연 사람들이 뉴스에서 떠드는 것과 다르게 정말 일반 사람들이 참여하는 모임이란 걸 제대로 인식할 수 있을까?

그다음 지속되는 시위로 다른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있으며 먹고살기 어려운 시기에 더욱 살기 힘들게 나서서 설친다는 뉴스를 일주일정도 반복하면 불난 자리에 비가 오는 것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은 정말 열성적이겠지만 규모는 더욱 작아질 것이다.
(사실 지금 촛불집회는 축제 같은 분위기를 내서 생각없는 사람들이 그냥 덩달아 나서서 그러한 문화를 즐겨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가하는 경우도 많다. 월드컵처럼 집단으로 흥분할 거리를 찾고싶은데 마땅히 없어 그리로 뛰어드는 사람도 분명 있다고 본다.)

현재 정부에서 밀고 있는 정책은 FTA를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건 나도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라 상당히 신선했다. 오바마 후보가 FTA는 한국에 유리한 협상이니 한국은 자동차 시장을 좀 더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을 갑자기 크게 보도하고 있다. 오바마의 이러한 입장은 이전에도 몇번 있었는데 갑자기 대대적으로 방송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언론은 입장은 정치인 한 명의 발언을 미국 전체의 입장으로 만들면서 한미FTA는 한국에 유리한 입장이니 미국이 손쓰기 전에 얼른 채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촛불집회나 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민족주의적인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는 애국심 키워드를 잘 건드리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한국에 유리한 협상을 빨리 채결해야 하는데 반대하는 무식하고 과격한 사람들 때문에 못하고 있다고 여론을 몰아갈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2주안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세뇌당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할 일은 시선 돌리기다. 이리저리 치고 받으면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신기할 만큼이나 사람들의 관심은 쉽고 빠르게 식는다. 이러한 한국 사람들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여론을 유도하는 것만큼이나 (어쩌면 더 )중요한 일이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절대 잊지않아! 우리의 목숨이 달린 문젠데..'라고 자신있게 말하겠지만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체세포복제 문제,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사고, 대구 지하철 폭발사고,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 큰손 장영자 100억대 사기사건, 신창원 탈옥, 전 대통령들의 구속 등 정말 큼직큼직한 사건들이 쉽게도 잊혀진다. 기억도 못하는건 아니지만 이미 관심은 없다. 지난 일이잖아? 그럴까?

한 쪽에 관심이 쏠리면 다른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도 그렇다. 월드컵 붉은 악마가 한창 응원할 때 동해에서 북한과 국지전이 발생했고 부상,사망한 군인들이 제대로 대접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얼마나 주의깊게 보았는가? 당시 뉴스에도 신문에도 잠시 나왔던 사건이지만, 아니 사건이 아니라 전쟁이었다. 좁은 지역에서의 전쟁. 하지만 붉은 티셔츠에 그대로 묻혔다.

쉽게 흥분하지 말자. 하지만 오래 생각해보고 행동한 것이라면 끝까지 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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