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노릇하게 튀겨진 만두를 입 속으로 천천히 넣어 보렴
그런 다음 혀의 움직임을 생각하며 턱을 움직여 봐
그러면 느끼게 될 거야.
우리의 작은 일상이 생각이 생명이
잘게 찢어지고 흩어져 목구멍으로 흘러가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를
꾸물거리며 발버둥 쳐도 혀의 느슨한 비웃음조차
전혀 이겨내지 못한다는 것을.

아가야, 너는 고통스러운 동물의 비명을 식물의 눈물을 땅의 주검을
씹으면서 달근하고 묘한 쾌감을 느끼기도 하겠지.
그러나 명심하렴.
끝끝내 순응하지 않는 작은 덩어리에 목은 사레가 걸린다는 것을
모두가 침에 범벅이 된 채 흐무러져 소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너는 고통스러운 잔기침 소리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728x90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봄날 햇살아래  (0) 2015.05.20
담배  (0) 2015.05.20
매미  (1) 2008.09.01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광대  (0) 2008.02.26
728x90
너는 특별한 느낌도 없이
실핏줄처럼 작은 힘으로 구석구석을 쥐어싸고 있어
날카로운 별똥별 자락에 손이 베어
한참동안을 지릿한 감각에 물들기 전엔 느낄 수도 없을 만큼
사라지고 나서도 없다는 것을 자꾸만 잊을 만큼.
728x90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담배  (0) 2015.05.20
매미  (1) 2008.09.01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광대  (0) 2008.02.26
검은 바다  (0) 2008.02.26
728x90

맑은 정신을 숨쉬기를 애타기 기다리면서
검고 질퍽한 숨을 헐떡인다
펴본 적도 없이 꺾여진 날개
그것을 펴기 위해 고통에 울부짖다가
검게 물든 두 날개 높이 들어
까마득한 절벽아래
그곳을 향해 서서히 퍼덕인다.

728x90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미  (1) 2008.09.01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광대  (0) 2008.02.26
검은 바다  (0) 2008.02.26
자전거  (0) 2008.02.26
728x90
가느다란 바람에도 남자는 하르르 입술을 떤다. 반 쯤 벌어진 눈을 끔벅이던 남자는 바쁜 걸음을 내쉬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헤아린다. 저마다 훌쩍 도망갈 티켓이 하나 쯤 필요하다.

천천히 일어선 남자가 너덜너덜한 걸음으로 역으로 향하자 그림자가 소리 없이 끌려간다.


그를 피해 그림자가 달린다. 바람의 벽을 견디기 힘든 숨결은 눈썹을 휘날린다. 가슴이 터질 듯 입에선 단내가 나고 온 몸이 달아올라 움직일 수 없을 무렵, 매표소를 되돌아 나오는 그림자들의 무리가 보인다.

우리는 방향을 모른다네, 목적지를 모른다네.
하늘을 나는 잠시간의 높이뛰기 이후엔 다시 원점이라네.

남자가 눈을 끔벅인다. 바쁘게 돌진하는 사람들 속에는 비어있는 그림자가 없다.
728x90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꿀차  (0) 2008.02.26
광대  (0) 2008.02.26
검은 바다  (0) 2008.02.26
자전거  (0) 2008.02.26
나를 가져주세요  (0) 2008.02.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