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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따뜻한 서풍이 불고 있던 날 

너를 기다리다가 문득 네가 누구인가 

생각도 해보다가 왼쪽 손에서 간단한 시집을 펼친다. 


유순한 종이 가운데 문신처럼 새겨진 활자는공백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어. 

너의 걸음은 허공에 멈추어 있고 빙그르르 돌아가는 공중에서 너는 정지한 채 공백속으로 흘러가던 그날, 

풍경화 같은 구름이 파랗게 흩어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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