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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거리에서

                        강은교


-상어가 갇혀 있는 걸 보는 건 괴로운 일이야. 당신이 흐린 공기 휘날리는 식탁 위에서 김치조각을 찢고 있을 때

후덥지근한 거리, 배가 고파서 들어선 음식점엔 수족관이 빙 둘러 서 있었지. 무언인가가 빤히 쳐다보고 있는 기척을 느꼈어. 놀라 맞바라보니, 노오란 눈! 수족관 흐린 물에 앉아 수족관 유리벽에 흰 이빨을 대고 나를 바라보는 물고기의 눈, 뿌연 산소 휘날리는 공중에서 우리는 부딪혔어. 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그 녀석은 꼼짝 않고 나를 보고 있었어. 마치 내 애인처럼, 고요히-슬피. 나는돈을치르고주인에게물어보았지,그녀석이누구냐고. 상어!,……흰이빨이수족관에갇혀씩웃었어.그리고문을나서는나를슬금따라나섰지.지느러미그림자펄럭펄럭,흰이빨그림자펄럭펄럭펄럭.

당신도 한번 가봐. 상어가 노오란 눈으로 흰 이빨을 흐린 물에 적시며
허겁지겁 밥을 먹는 당신을 고요히-슬피 바라보고 있을걸.
흰 이빨이 잠시 유리벽에 부딪히는 걸 당신은 볼걸.
당신이 음식점 문을 나올 때 그 녀석도 슬금 따라나올걸,
그림자 지느러미로 훨훨 날걸.
당신이 붙박이 별처럼 서 있는 이 거리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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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하게 튀겨진 만두를 입 속으로 천천히 넣어 보렴
그런 다음 혀의 움직임을 생각하며 턱을 움직여 봐
그러면 느끼게 될 거야.
우리의 작은 일상이 생각이 생명이
잘게 찢어지고 흩어져 목구멍으로 흘러가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를
꾸물거리며 발버둥 쳐도 혀의 느슨한 비웃음조차
전혀 이겨내지 못한다는 것을.

아가야, 너는 고통스러운 동물의 비명을 식물의 눈물을 땅의 주검을
씹으면서 달근하고 묘한 쾌감을 느끼기도 하겠지.
그러나 명심하렴.
끝끝내 순응하지 않는 작은 덩어리에 목은 사레가 걸린다는 것을
모두가 침에 범벅이 된 채 흐무러져 소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너는 고통스러운 잔기침 소리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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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특별한 느낌도 없이
실핏줄처럼 작은 힘으로 구석구석을 쥐어싸고 있어
날카로운 별똥별 자락에 손이 베어
한참동안을 지릿한 감각에 물들기 전엔 느낄 수도 없을 만큼
사라지고 나서도 없다는 것을 자꾸만 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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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정신을 숨쉬기를 애타기 기다리면서
검고 질퍽한 숨을 헐떡인다
펴본 적도 없이 꺾여진 날개
그것을 펴기 위해 고통에 울부짖다가
검게 물든 두 날개 높이 들어
까마득한 절벽아래
그곳을 향해 서서히 퍼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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