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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학교에 복학했을 무렵 '눈먼자들의 도시'란 책이 눈에 보였다. 그당시만 해도 주제사라마구가 한국에선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눈먼자들의 도시'만 조금 알려져 있는 상태였다. 작가 소개부분에 노벨문학상 수상자라고 자랑하길래 읽어봤는데 처음부분에 상황 설명만 잔뜩 늘어놔서 조금 지루한 면이 있었는데 나중엔 책에 중독되어 버렸다. 책을 읽는데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 장면이 다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과 다르게 초반부에 흥미를 끌만한 것이 별로 없는데도 성공한 소설이다.

후에 그 소설이 영화화가 되고 3부작 소설이 같이 뜨면서 하드커버로 다시 나왔다. 누나 생일 선물로 '눈먼자들의 도시', '눈뜬자들의 도시',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 이렇게 3부작을 선물했는데 내가 집에 잘 가지 않아 정작 난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다. 드문드문 읽다가 보니 어느새 '눈뜬자들의 도시'는 다 읽었는데.......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초반부에 설정이 재미있다. 선거가 있는 날 비가 무지막지하게 내려 사람이 별로 없다. 오후 4시가 되자 모든 사람들이 기나 긴 행렬을 이루며 나타나 투표를 하는데 열어보니 다들 백지투표다.

그런데 여기까지가 내가 이해한 전부다. 그다음부터는 왜그런지 어떤 상황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완전히 집중해서 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책의 중반부가 지나도록 상황이 어떻게 되었다. 하는 것만 설명하고 정작 스토리의 진행이 없었다. 등장인물도 특별히 없어 보였고 사건도 없었다. 반이 넘어가서야 사람들이 갑자기 눈이 멀었던 바로 그 도시라는 사실이 나온다. 그리고 그로부터 4년 후라는 시간적 설정도 그제서야 나온다. 문제는 그런 사실을 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갑작스런 전개가 시작되는데 이때부터는 이전 소설인 '눈먼자들의 도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소개하고 독자들이 그 책에 대한 추억이 얼마나 깊은지 확인하는 내용이 전부다. 그러다 마지막엔.. 마지막 역시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충분히 그럴 수 있고, 지금 한국의 형태를 보면 오히려 그 소설 속 가상의 상황이 더욱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이리저리 실망한 소설이었다.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는 좀 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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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거리에서

                        강은교


-상어가 갇혀 있는 걸 보는 건 괴로운 일이야. 당신이 흐린 공기 휘날리는 식탁 위에서 김치조각을 찢고 있을 때

후덥지근한 거리, 배가 고파서 들어선 음식점엔 수족관이 빙 둘러 서 있었지. 무언인가가 빤히 쳐다보고 있는 기척을 느꼈어. 놀라 맞바라보니, 노오란 눈! 수족관 흐린 물에 앉아 수족관 유리벽에 흰 이빨을 대고 나를 바라보는 물고기의 눈, 뿌연 산소 휘날리는 공중에서 우리는 부딪혔어. 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그 녀석은 꼼짝 않고 나를 보고 있었어. 마치 내 애인처럼, 고요히-슬피. 나는돈을치르고주인에게물어보았지,그녀석이누구냐고. 상어!,……흰이빨이수족관에갇혀씩웃었어.그리고문을나서는나를슬금따라나섰지.지느러미그림자펄럭펄럭,흰이빨그림자펄럭펄럭펄럭.

당신도 한번 가봐. 상어가 노오란 눈으로 흰 이빨을 흐린 물에 적시며
허겁지겁 밥을 먹는 당신을 고요히-슬피 바라보고 있을걸.
흰 이빨이 잠시 유리벽에 부딪히는 걸 당신은 볼걸.
당신이 음식점 문을 나올 때 그 녀석도 슬금 따라나올걸,
그림자 지느러미로 훨훨 날걸.
당신이 붙박이 별처럼 서 있는 이 거리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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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베르베르의 상상력에 취해서 그사람의 책을 다 모으기도 했었다.
그런데 역시 한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은 한계가 있더군.
좋게 말하면 자신만의 세계가 확실히 자리잡혀 있고 그것을 어떻게든 알리려고 노력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나쁘게 말하자면 우려먹기가 심하다. 이 책에 나왔던 내용이 저 책에도 나오고 이 책의 다른 내용은 그 책에도 나오는 식이니 말이다. 자세히 보면 자신의 아이디어들을 버리기 아까워 몇번이고 우려먹으려 드는 것이 보인다.

처음 빠져들게 된 것은 [개미]란 소설이었지만 최근 출시된 [파피용]을 제외하고 한글로 번역된 그의 소설은 거의 다 읽어본 바로는 [타나토노트]가 제일 좋은 작품인 것 같다.
[천사들의 제국]을 90년대 후반에 꽤 많은 홍보를 했었는데 당시에는 많이 팔리지 않았다. 내 생각에 천사들의 제국은 타나토노트를 읽고나서 봐야하는 후속 작 같다.

서양에서 신비하게 생각하는 동양적 정서를 드러내고 있는 타나토노트는 작가가 신비주의로 가고싶어하는 경향이 짙어 보인다. 개미에서도 피라미드, 지하세계 등 불가사의하고 신비한 것으로 여기는 존재들과 수수께끼, 생활 상식 등([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따로 책으로 나와 있다)을 끌어들이는데 타나토노트는 이름에서는 그리스어(어쩐지 그리스 신화의 이미지를 따오려고 했던 것 같다)를 기본적인 바탕은 기독교를, 세부적인 설정은 어딘지 모르게 중국의 문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여겨진다. (이런 견해는 지극히 주관적인 혼자만의 생각이다.)

아무튼 사후세계를 여행할 때 육체와 연결된 끝을 좀더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트위스트페어로 만든다는 것은 꽤 참신한 아이디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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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원 말고는 집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다가 우연히 동성로에 놀러갔더니 공지영씨 싸인회가 있었다. 시작하기 20분 전.. 연예인 싸인회라면 팬들이 잔뜩 기다릴텐데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해도 줄이 그렇게 길진 않아보였다. 나도 몰랐다가 우연히 보고는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책하나 집어들었으니 비슷한 심정으로 책을 가지고 싶었거나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게중엔 서점에서 파는 공지영씨의 책들을 모조리 사서 잔뜩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어쩐지 버거워 보였다.

이날 공지영씨는 신간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란 책을 홍보하기 위해 온 것인데 사실 그 책이 별로라고 해서 즐거운 나의 집에 받았다.

사실 내가 그리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다. 난 글과 그림에 있어선 이상하게 보수적인 성향이 있어서 옛날 사람들이 좋아하던 스타일을 좋아한다. 회화도 그림같은 그림을 좋아하지 추상적이거나 지나치게 사실적인 그림은 좋아하지 않는다. 글도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어야 좋아하는데 공지영씨의 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는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즐거운 나의 집은 원래 수필을 쓰려다가 딸의 입장에서 자신의 가족사를 쓴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 나온 신간이 공지영씨가 [즐거운 나의 집]에서 주인공인 딸에게 편지형식으로 쓴 수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상호작용을 일으켜 두권 다 판매에 상승효과를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꽤 솔직한 글이지만 인터넷에 떠돌만한 문제, 그러니가 직업으로 가질만큼 뛰어나보이진 않는 문체와 돈을 벌기위해 글을 쓴다는 기분은 여전히 독서를 방해하지만 이 책을 읽다가 글을 쓰는 목적이 무엇일까? 하고 잠시 생각해봤다. 글은 뽐내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물론 문학상을 위해 쓰여지는 글도 많지만 과연 그게 진짜 목적일까?
작가와 독자가 만족하는 글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모티콘과 욕설과 뻔한 줄거리가 난무하는 인터넷 소설들을 증오하지만 그런 글들도, 심지어 제대로 된 글이라고 보기 힘든 야설들 같은 것도 작가와 독자가 만족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즐거운 나의 집]은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가족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고 감정선을 중심으로 다루는 글도 아니다. 담담하게 그냥 주욱 이어가는 느낌이지만 편안하다. 어쩐지 지켜보고 싶은 글이다.

열심히 잘 웃는 사람 중에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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