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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후에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시간이 없습니다. 근로 장학생이라고 학교에서 일하면서 적은 보수를 받는 일이 있거든요. 제가 수업을 마칠 무렵부턴 또 수업을 들어가네요. 눈치챘겠지만 그녀는 야간 반이거든요. 그래서 서로 만날 시간이 잘 없어요.
공부할 시간이 모자라지 않느냐면서 아르바이트를 관두길 권했지만 사실은 일을 관두면 공강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자주 마주칠 것 같아 해본 말이었습니다. 그 때 그녀는 이미 근로장학생을 신청해서 일주일정도 일을 했었는데도 그대로 관둬버렸어요. 그냥 아는 선배로서 한 말이었는데 정말 제 말을 들을 줄은 몰랐죠. 나중에 은근슬쩍
'그 때 왜 그랬어?'
하고 물어봤더니
'글쎄, 왜 그랬지?'
하고 대답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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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원 말고는 집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다가 우연히 동성로에 놀러갔더니 공지영씨 싸인회가 있었다. 시작하기 20분 전.. 연예인 싸인회라면 팬들이 잔뜩 기다릴텐데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해도 줄이 그렇게 길진 않아보였다. 나도 몰랐다가 우연히 보고는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책하나 집어들었으니 비슷한 심정으로 책을 가지고 싶었거나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게중엔 서점에서 파는 공지영씨의 책들을 모조리 사서 잔뜩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어쩐지 버거워 보였다.

이날 공지영씨는 신간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란 책을 홍보하기 위해 온 것인데 사실 그 책이 별로라고 해서 즐거운 나의 집에 받았다.

사실 내가 그리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다. 난 글과 그림에 있어선 이상하게 보수적인 성향이 있어서 옛날 사람들이 좋아하던 스타일을 좋아한다. 회화도 그림같은 그림을 좋아하지 추상적이거나 지나치게 사실적인 그림은 좋아하지 않는다. 글도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어야 좋아하는데 공지영씨의 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는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즐거운 나의 집은 원래 수필을 쓰려다가 딸의 입장에서 자신의 가족사를 쓴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 나온 신간이 공지영씨가 [즐거운 나의 집]에서 주인공인 딸에게 편지형식으로 쓴 수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상호작용을 일으켜 두권 다 판매에 상승효과를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꽤 솔직한 글이지만 인터넷에 떠돌만한 문제, 그러니가 직업으로 가질만큼 뛰어나보이진 않는 문체와 돈을 벌기위해 글을 쓴다는 기분은 여전히 독서를 방해하지만 이 책을 읽다가 글을 쓰는 목적이 무엇일까? 하고 잠시 생각해봤다. 글은 뽐내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물론 문학상을 위해 쓰여지는 글도 많지만 과연 그게 진짜 목적일까?
작가와 독자가 만족하는 글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모티콘과 욕설과 뻔한 줄거리가 난무하는 인터넷 소설들을 증오하지만 그런 글들도, 심지어 제대로 된 글이라고 보기 힘든 야설들 같은 것도 작가와 독자가 만족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즐거운 나의 집]은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가족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고 감정선을 중심으로 다루는 글도 아니다. 담담하게 그냥 주욱 이어가는 느낌이지만 편안하다. 어쩐지 지켜보고 싶은 글이다.

열심히 잘 웃는 사람 중에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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