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성이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실 아내에게 온 것이지만...
아내와 나는 같은 대학 동아리에서 만났는데 동성이는 같이 활동하던 후배였다. 후배가 대학원에 들어간 다음부터 못봤는데 대략 6~7년 정도 되는 것 같다.
석박사를 같이 이수하는 과정이었는데 중간에 사정이 생겨 취업으로 길을 전향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취업도 했으니 한턱 내겠다고 집까지 찾아왔다.
대중교통으로 오면 꽤 오래 걸릴 것으로 교통관련 어플이 알려줬는데 실제로는 상당히 빨리 왔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집앞까지 찾아오라고 해서 미안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뭔가 더 챙겨주지도 않았다. 원래 지방에 있는 처가에 가려고 다과를 다 해치우고 냉장고를 비웠는데 갑자기 취소하고 집에 쉬기로 했다. 아침에 뜬금없이 찾아오겠다고 해서 아무런 준비도 못했는데 우리 집에 찾아온 손님 중에 제대로 된 대접을 가장 못받은 것 같다.
아무튼 나도 후배도 말이 많은 성격이 아닌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반나절 이상 서로 떠들었던 것 같다. 나는 후배가 나같은 일반 사람들을 위해 순수학문에 매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나름 괜찮은 기업에 취업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현재도 모습이 후배 자신을 위해서는 더 좋은 것 같다. '시네마 천국'에서 토토의 사랑을 방해하고, '서편제'에서 눈을 멀게 만드는 모습이 개인을 위해 더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오랜만에 피상적인 가십만 떠드는 것이 아니라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말해보고 주제도 없는 토론을 하니 좋았다.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가 서로 토론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 것이 바빠서 다른 것들을 즐길 여유가 없다고 하는데 정말 여유가 없는 것인지 귀찮은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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