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국민이 태어나자 마자 '군번'을 부여하는 나라가 어딨나."

전 세계 군인들은 누구나 자신의 군번을 외우고 있을 터. 그러나 모든 한국인들도 '군번'을 외우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주민등록번호 말이다.

올 초부터 옥션, 다음, LG텔레콤, 하나로텔레콤 등 유력 IT(정보기술) 기업들의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이어지면서 주민등록번호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정보 보안 전문가로 10여년 동안 주민등록번호 폐지를 주장해 온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문송천 교수(사진·56세)는 "주민등록번호는 아무런 효용도 없이 오히려 개인정보유출의 병폐만 낳는 군사정권의 유물"이라며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24일 아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주민등록번호 없이도 생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이 제도가 있는 한 한국은 구석기 시대와 다를 것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행정안전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아이핀(주민등록번호 대체 수단)' 제도에 대해서도 "어차피 주민번호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문 교수와의 일문일답.

- 주민등록번호 제도 폐지를 줄곧 주장해왔는데.

"두말할 것 없이 폐지해야 한다. 굳이 옥션이나 LG텔레콤, 하나로 텔레콤 사례를 들 것 없이 이미 그 병폐가 너무나 명확하다. 지금도 밤마다 미성년자들이 부모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성인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 앞으로도 앞서 말한 업체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를 다루는 업체에서 정보유출 사건이 계속 터질 것이다.

또 주민등록번호는 군사정권의 유물이다. 국민 개개인에게 군번을 부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 외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닮아 별명이 박정희인데(웃음),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높게 평가하지만 주민등록번호는 백해무익한 군사정권의 유물이라고 본다. 유신정권 초기에 국민을 제대로 통제하기 위해 군번처럼 도입한 것이다. 독일도 이탈리아도 군사정권이 끝나고 다 없앤 것을 우리가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 친일청산보다 주민번호 청산이 우선돼야 한다."

- 해외에도 개인 식별번호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공공연하게 생활 속에서 적용하는 나라는 중국과 우리나라밖에 없다. OECD 국가 중 한국이 가장 후진국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영국에는 비슷한 국민식별번호 제도가 있는데 20~30 자리로 매우 길고 '랜덤' 숫자라 본인도 못 외운다. 쓸 일도 거의 없어 경찰서에서나 알고 있다. 한국을 IT강국이라고 하는데 진정한 정보화 사회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있는 한 구석기시대나 마찬가지다."

- 다른 나라에서는 주민번호 없이 어떻게 사는가.

"미국에서는 온라인에서 로그인 네임과 패스워드면 다 된다. 오프라인에서도 주민번호 없이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지난 겨울 부친상을 당했는데 (한국에서) 이런 저런 행정 처리를 하다 보니 주민번호를 쓰라는 데가 스무 군데나 되더라.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이나 영국은 주민번호가 없어도 각종 신고를 손쉽게 다 한다. 미국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출산하자 마자 병원에서 제출하는 서류에 아이 이름을 쓰면 출생에 대한 정보가 해당 주뿐만 아니라 연방정부까지 일반우편으로 전파됐다. 우리나라처럼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번호 발급받고 '신고'하는 절차가 없다.

사망 시에도 마찬가지다. 동사무소에서 하는 사망신고라는 게 따로 없고 주민등록번호도 전혀 필요치 않다. 주정부에 장의사가 신고하면 끝이다. 우리는 사망신고를 가족이 하다 보니 신고 날짜를 늦춰 망자의 이름으로 집도 팔고 절세하는 등 악용하는 사례도 많다. 정말이지, 태어나자 마자 사람에게 군번을 부여하는 나라가 어딨나."

- 사회가 민주화가 됐다고 해도 군사독재 시절 국민을 통제하기에 편리한 수단인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오프라인 시대에 주민번호를 악용한 사람은 공직자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국적 불문 해커들이 악용한다. 여권을 만들어 가지고 돌아다닌다. 과거사 청산보다 주민번호 폐지가 중요한 문제다. 관 주도로 주민등록번호 제도 개혁이 이뤄지겠지만 우려가 많다. 주민번호 제도를 개혁한다고 공무원 1천명을 먹여살릴 뿐인 부처가 또 생기기를 바라지 않는다.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어 주민등록번호 없이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져야 한다."

-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포털 가입 시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인 아이핀(i-pin)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등 대체 수단을 만들려 하고 있다.

"지금보다는 낫겠지만 아이핀도 결국 주민번호다.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때우고 넘어갈 것이 아니다. 휴대전화번호를 바꾸는 것과 비슷할 뿐 거기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없다. 결국은 아이핀을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이든 독일이든 영국이든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문제점이 뭐가 있는지 고쳐야 한다."

- 온라인 사이트에서 회원 본인인증을 할 때 민간 신용정보회사를 통하게 돼 있는데, 인터넷 업계에서는 주민번호의 규모가 워낙 방대하니 국가가 민간에 맡겨 놓고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맞는 얘기다. 대학에서도 원서접수를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서울대든 KAIST든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가 있나. 정부는 맡기 꺼려한다. 지난 해 12월 고3 학생이 사설 원서접수 사이트를 해킹한 사고가 있었는데 만약 이 업무를 교육과학부가 맡았다면 얼마나 포화를 맞았겠나. 정부는 더이상 주민번호 제도의 병폐를 외면하지 말고 즉각 폐지해야 한다."

- 개인정보 유출 시 해당 업체의 대표를 구속한다는 안도 논의되고 있다.

"그것도 소용없다. 대표를 가두고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 그래도 이번 옥션 사태로 어느 정도 주민번호 문제에 대해 공론화가 된 듯하다.

"아니다. 지금 당장 설문조사를 해 보라. (폐지에)반대한다는 의견이 70% 가량 나올 것이다. 국민들 사이에 의식 형성이 안 돼있다. 지금부터 계속 공론화 노력을 한다면 1년 뒤에는 더 달라질 것이다."
=================================================================
기자가 잘못 옮긴 것인지 의도적으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교수님 주장이 옳은 말이지만 흥분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외국의 경우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않는데 유독 한국만 심하게 많은 곳에서 사용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여기저기서 악용되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많은 곳에서 쉽게 요구한다. 주민등록 번호를 쓰건 말건 상관없지만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가입 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고 많은 증명서에 당당히 적혀있다. 이미 누출을 막을 수 없는 개인정보라고 보기 힘들지 않은가? 굳이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진 않지만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