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limn's/poem

기차역에서

bluelimn 2015. 5. 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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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지나갈 무렵, 덥지 않고도 화창한 구름 하나가 바람을 분다. 

태양을 가리기엔 턱없이 작은데도 눈을 크게 뜬 바람소리에 거지 하나가 하르르 입술을 떤다. 

반쯤 올라간 거지의 손 앞으로 바쁜 걸음을 내쉬는 사람들의 그림자는 훌쩍 도망갈 티켓이 필요하다.


잘생긴 거지 하나가 역 안으로 들어가자 그림자가 조용히 따라간다.

거지를 피해 그림자가 달린다. 바람의 벽을 견디기 힘든 숨결은 눈썹을 휘날린다. 가슴이 터질 듯 입에선 단내가 나고 온 몸이 달아올라 움직일 수 없을 무렵, 훌훌 털어 떠나지 않고 매표소를 되돌아 나온다.


다시 시작하고 싶어도 시작의 기억이 없어 '다시'란 단어를 사용할 수 없는 날

비겁하지 않은 시작을 원하는 tu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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