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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고래

지은이 : 천명관

출판사 : 문학동네

이 책을 접하기 전에 천명관이라는 작가를 몰랐다. 나중에 찾아보니 고래 이전에 다른 작품들이 있었지만 고래를 보는 동안 이 작품이 데뷔작이거나 아주 초기에 집필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이야기의 초반에 춘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런 다음 추녀로 태어나 세상에 한을 품은 할머니가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다시 금복이 바톤을 이어받고 간간히 춘희가 나오지만 춘희는 비중 없는 조연 정도로 나온다. 책을 거의 다 읽을 때 쯤 춘희가 다시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혼자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 춘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스칼렛을 연상시키며 열연을 펼쳤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금복이 가져가고 뒷정리를 춘희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독자는 초반에 이야기를 이끄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 주인공이 예고없이 계속 바껴서 어디서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지 몰라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다. (이야기는 재미 있었지만 본편을 보기 전에 예고편을 4~50분씩 보는 기분이었다.)

 

'고래'에서는 자신만의 문체를 많이 강조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주로 밀고 있는 문체는 대략 3가지 정도가 보인다.

 첫번째는 "그것은 ㅇㅇ법칙이었다" 하는 말이 계속 반복된다. 거리의 법칙, 사랑의 법칙, 복수의 법칙 등 한 단락이 끝나면 어김없이 법칙이 등장한다. 법칙이 계속 반복되니 억지로 끼어 맞춘 듯한 느낌이 들고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 재미 없는 유행어를 계속해서 밀고있는 개그맨 처럼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그것은 잘못된 반복의 법칙이었다.

 두번째는 변명처럼 장황하게 늘어놓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글을 쓸 때 하나의 문장을 끝내지 않고 계속 이어 쓰는 것을 지양하는데 이는 하나의 문장을 잔뜩 늘여쓰면 주어와 서술어가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아 그 문장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어렵게 될 뿐 아니라 문장의 핵심을 읽는 것이 아니라 듣기 싫은 변명을 계속 듣는 것처럼 순간 지루하고 장황한 그 문장이 의미 없어 보이게 될 위험이 있기 떄문인데, 작가는 글을 읽는 동안 이러한 기분이 들도록 유도하여 독자가 감정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느끼게 하는 독특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신선한 도전이었다.

 세번째는 사소한 것을 커다란 대 사건처럼 과장하는 방법이었다. 글 전체에서 작가는 자신은 옛날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임을 계속해서 말해준다. 그러면서 작은 시골마을인 평대에서 어떠한 소문이 오간 것을 이야기할 때 후에 이를 연구하는 사학자들이 그러한 소문을 해석함에 따라 무슨파와 무슨 파로 나뉘어 싸우게 되었다던가, 동네에 말싸움에 대해 쓸 때도 전문용어들과 한자어를 일부러 써가며 역사적인 현장인 듯 글을 쓴다.(일부러 허풍스럽게 써서 약간의 해학을 넣고자 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고래'는 분명 잘 쓰여진 소설이다. 하지만 단편을 생각하다가 장편을 쓰려니 이것저것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느낌이 든다. 불필요한 부분을 모로지 다 덜어내고 중심되는 내용을 보강해서 쓰면 훨씬 더 좋은 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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