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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황씨가 완두콩을 분류하는 '중책'을 맡았다. 물에 데칠 수 있도록 크기에 따라 세 종류로 나누는 작업이다.
눈에 힘을 주고 콩을 고르던 황씨의 앞에 크기가 어중간한 콩이 등장했다. 크다고 보긴 작고, 중간이라 보기엔 크고…. 망설이던 그녀는 문제의 콩을 중간 콩 자리에 놓았다.

순간, 부(副)주방장의 불벼락이 떨어졌다. "아니, 그게 어떻게 중간 콩이야, 큰 콩이지! 눈깔은 어디다 팔아먹은 거야!"
파랗게 질린 황씨를 둘러싸고 있던 수십 명의 동기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며 격려했을까? 천만에. 그들은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황씨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콩도 못 고르면서 엘 불리에 왔냐. 너 같은 건 빨리 나가야 해!"

'스페인 최고 레스토랑 5개월 분투記' 중에서 (조선일보, 2008.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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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요리사'와 관련한 인터뷰 기사를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이라는 스페인의 '엘 불리(El Bulli)'에서 일했던 요리사 황선진(30)씨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엘 불리에 관한 책을 읽고 이력서를 40차례나 보낸 끝에 이 식당의 '5개월 인턴'이 됐다고 합니다. 인턴 동기 40명 중 여자 요리사는 그녀 혼자뿐.
이 세계 최고 레스토랑에서 그녀는 처음 한 달 동안 양파 껍질만 벗겨야했습니다. 그러다 맡은 완두콩 분류라는 '중책'에서 그녀는 '1초의 차이에 목숨을 건다'는 것의 의미를 배웠습니다.
콩을 물에 데치기 위해 크기에 따라 세 종류로 나누는 작업이었는데, '실수'를 했고 바로 부주방장의 불호령을 들어야했습니다.
"아니, 그게 어떻게 중간 콩이야, 큰 콩이지! 눈깔은 어디다 팔아먹은 거야!"

그녀는 이런 '수난'을 이해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러니 이런 말을 할 수 있었겠지요.
"콩 크기에 따라 데치는 시간이 달라요. 1초짜리가 있고 2초짜리가 있지요. 그 1초의 차이를 목숨처럼 중요시하는 게 엘 불리의 주방이에요. 완벽해야 하니까요."

어느 분야건 1류와 2류, 3류가 있습니다. 그리고 1류가 되는 길은 험난합니다. 큰 것은 물론 작은 것에도 '완벽'해야하니까요.
콩의 크기에 따라 달라야하는 '데치는 시간 1초'의 차이에 목숨을 거는 1류 레스토랑의 1류 요리사...

어느 분야건 최고가 되려면, 이렇게 '1초의 차이'에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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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에 목숨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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