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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끝나갈 무렵 기숙사에 더이상 지낼수가 없다기에 집으로 갔다. 오랜만에 집에서 내 짐들을 정리하다보니 사진이 몇장 나왔다. 포커스도 맞지 않는 사진 몇장...

기억이 떠올랐다. 이젠 감정은 없고 기억만 있다. 쉽게 찍고 보관하고 복사하고 보내는 디지털 사진은 수십 수백장의 백업본이 있어도 쉽게 지워지는데 현상 된 사진은 처리하기가 상당히 곤란하다. 조각조각 자르는 것도, 통째로 버리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그렇다고 태우는 것은 불법이다. 계속 가지고 있기도 싫다. 시간이 지나면 감정만큼 기억도 사라질텐데 굳이 반복해서 기억해낼 필요는 없으니까.

버리고 싶은데 버리지는 못하고 잠시 주머니에 넣고 다녔었다. 이틀간을 그렇게 다니다 문득 눈 앞에 보이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물론 쓰레기처럼 던져넣진 못하고 곱게 놔뒀지만 결국 쓰레기들과 뒤엉켜 어디론가로 흘러갔겠지. 막상 버리고나니 참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버리는 것처럼 막상 해보니 너무 간단하고 쉽고, 그러면서 뭔가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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