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상어-거리에서

                        강은교


-상어가 갇혀 있는 걸 보는 건 괴로운 일이야. 당신이 흐린 공기 휘날리는 식탁 위에서 김치조각을 찢고 있을 때

후덥지근한 거리, 배가 고파서 들어선 음식점엔 수족관이 빙 둘러 서 있었지. 무언인가가 빤히 쳐다보고 있는 기척을 느꼈어. 놀라 맞바라보니, 노오란 눈! 수족관 흐린 물에 앉아 수족관 유리벽에 흰 이빨을 대고 나를 바라보는 물고기의 눈, 뿌연 산소 휘날리는 공중에서 우리는 부딪혔어. 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그 녀석은 꼼짝 않고 나를 보고 있었어. 마치 내 애인처럼, 고요히-슬피. 나는돈을치르고주인에게물어보았지,그녀석이누구냐고. 상어!,……흰이빨이수족관에갇혀씩웃었어.그리고문을나서는나를슬금따라나섰지.지느러미그림자펄럭펄럭,흰이빨그림자펄럭펄럭펄럭.

당신도 한번 가봐. 상어가 노오란 눈으로 흰 이빨을 흐린 물에 적시며
허겁지겁 밥을 먹는 당신을 고요히-슬피 바라보고 있을걸.
흰 이빨이 잠시 유리벽에 부딪히는 걸 당신은 볼걸.
당신이 음식점 문을 나올 때 그 녀석도 슬금 따라나올걸,
그림자 지느러미로 훨훨 날걸.
당신이 붙박이 별처럼 서 있는 이 거리
에서.

728x90

'취미생활 >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의 4분의 1  (0) 2009.09.28
진주 귀걸이 소녀  (0) 2009.09.16
구해줘-기욤뮈소  (0) 2009.09.05
이름없는자들의 도시  (0) 2009.07.07
눈뜬자들의 도시  (2) 2009.06.19
타나토노트  (0) 2008.05.03
즐거운 나의 집 - 공지영  (0) 2008.04.21
간만에 과소비 ( Code Craft )  (0) 2008.03.13
햄릿  (0) 2008.02.27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0) 2008.02.27
728x90
가느다란 바람에도 남자는 하르르 입술을 떤다. 반 쯤 벌어진 눈을 끔벅이던 남자는 바쁜 걸음을 내쉬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헤아린다. 저마다 훌쩍 도망갈 티켓이 하나 쯤 필요하다.

천천히 일어선 남자가 너덜너덜한 걸음으로 역으로 향하자 그림자가 소리 없이 끌려간다.


그를 피해 그림자가 달린다. 바람의 벽을 견디기 힘든 숨결은 눈썹을 휘날린다. 가슴이 터질 듯 입에선 단내가 나고 온 몸이 달아올라 움직일 수 없을 무렵, 매표소를 되돌아 나오는 그림자들의 무리가 보인다.

우리는 방향을 모른다네, 목적지를 모른다네.
하늘을 나는 잠시간의 높이뛰기 이후엔 다시 원점이라네.

남자가 눈을 끔벅인다. 바쁘게 돌진하는 사람들 속에는 비어있는 그림자가 없다.
728x90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꿀차  (0) 2008.02.26
광대  (0) 2008.02.26
검은 바다  (0) 2008.02.26
자전거  (0) 2008.02.26
나를 가져주세요  (0) 2008.02.26
728x90

소주를 마시다 세상이 훤하니 

인상을 펼 때면 머리가 아파온다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울컥 쏟아낸 

더러운 

세상의 일부는 

창피하게 야위어 새벽을 맞지. 


비틀대는 거리는 아닌 척 

걸음을 움직이고 

흔들리는 시선은 아닌 척 

걸음을 멈추고 


골목 꺽어지는 작은 편의점에 들러 

인스턴트 꿀차에 쉽게 물을 붓는다 

꿀이야 들었거나 말거나 

야, 이거 꿀맛인데!

728x90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광대  (0) 2008.02.26
검은 바다  (0) 2008.02.26
자전거  (0) 2008.02.26
나를 가져주세요  (0) 2008.02.26
728x90
어두운 머리의 다락방 구석에서
옛날 옛날에 소꿉놀이 이후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가득 쌓인 물감을 꺼낸다.
후~욱
먼지가 지구의 공기를 메워나간다, 맑은 물감의 색이 조금씩 탁해진다.

굳어가는 물감을 잔뜩 개어 투명한 얼굴에 칠한다.
붉은 색으로는 번지르르한 웃음을,
왼쪽 눈에는 조그마한 눈물도 그려야지.
가장 중요한 건 쉬지 않고 꼼꼼하게 덧칠하는 거야
지구엔 먼지가 너무 많아서 자꾸만 묻어나거든.

그들의 적당한 웃음에 동참하려면 조금 답답해도 참아야겠지.
모두들 숨을 쉬지 못할 때까지 쉬지도 않고 먼지 앉은 물감을 칠하거든.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728x90

'bluelimn's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열 [陳列]  (0) 2008.04.04
나비  (0) 2008.02.27
동화(童話)  (0) 2008.02.27
상처  (0) 2008.02.27
비상  (0) 2008.02.27
그림자  (0) 2008.02.26
꿀차  (0) 2008.02.26
검은 바다  (0) 2008.02.26
자전거  (0) 2008.02.26
나를 가져주세요  (0) 2008.02.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