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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17 단양 당일치기
posted by bluelimn 2015.04.17 18:49

대구에서 아침일찍 출발하여 버스를 타고 단양으로 갔다.

단양으로 바로가는 버스가 없어 안동을 경유해서 가야 했다. 만약 직행이 있었다면 나는 엄청난 사고에 휘말려 크나큰 고통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당일치기 일정을 소화하려면 아침일찍 버스를 타야 한다. 3월의 아침은 아직 어두워 봄의 시작이라기보다는 겨울의 막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되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같이 간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가다가 잠이 들었는데 배에서 긴박한 신호를 느끼며 잠에서 깼다. 안동까지는 하니간 가량 더 가야 했다. 고속도로에서 세워달라고 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온 몸의 신경을 한곳에 집중하며 라마즈 호흡법을 시작했다.진통은 서서히 극에 달하여 더이상 참기 힘든 지경을 넘어설 때 다시 잦아들곤 했다.더이상 버틸 수 없어 고통의 끈을 놓아버리기 직전 버스가 안동에 도착했다. 걷는 것이 너무 힘들어 차라리 고통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뛰었는데 그 짧은 시간이 버스에서의 한시간보다 더 큰 고통의 액기스였던 것 같다.

바로 화장실로 뛰어가 속을 비웠는데 당시만 해도 안동의 버스정류장 화장실은 그야말로 푸세식이었다. 사로에 들어가면 발판아래 구멍이 있고 그 구멍아래 공간은 모든 칸을 아우르며 하나로 합쳐져 있었다.그럼에도 세상 어디보다 상쾌한 기분을 나에게 안겨준 그곳은 안타깝게도 휴지가 없었다.밖에도 없었다. 안에는 당연히 없었다.아직도 단양에 놀러갔던 기억을 하면 배가 아팠던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심각한 고민에 빠진 나는 다행이 옆칸에 들어온 모르는 사람에게 휴지를 얻어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이후로는 단양에 가서 버스를 타고 단양8경을 보러 갔다. 단양에 가면 8가지 꼭 봐야하는 절경이 있다는데 막상 보니 저게 좋다고 말하는 것이구나 하는 정도지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원래 감동은 아는 만큼 느껴지기 마련이니 아무런 조사도 없이 갔던 나에게 큰 눈요기가 되지는 않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8경 중 석문이라고 무지개처럼 아래가 뚫린 바위가 있는데 그 위로 올라가본 것 같다.그리고 전망대 앞으로 가 이름을 쓰고 왔다.

나무 벽에 칼로 새겨 오래오래 남긴 것이 아니라 먼지가 잔뜩 낀 금속 손잡이에 손가락으로 이름을 썼다. 그런데도 왠지 문화재에 이름 새기고 오는 것처럼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좀 더 기억을 파고 들면 나올만한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데 그냥 이만 줄이는 것이 좋겠다. 군에 입대하기 전 마지막 여행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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